일본에서 주말농장 형태의 '시민농원'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정년 퇴직한 60대 이상의 고령자뿐 아니라 농업 체험에 도전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또 농지를 빌려주고 마는 게 아니라 농업지도사를 배치해 체인 형태로 농원을 경영하는 기업까지 등장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서 지방자치단체나 농협, 농민 개인 등이 개설한 시민농원은 지난해 3월말 현재 3,273개이다.
10년 전에 비하면 1.5배 수준으로 큰 폭은 아니지만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농원의 약 80%는 도시 주변에 있다. 도시에 살면서 농사를 체험하려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시민농원 확대에는 2005년 특정농지임대법을 개정, 지방공공단체나 농협만이 아니라 일반 농가도 시민농원을 개설할 수 있게 한 것이 큰 몫을 했다. 최근 수입농산물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것도 "직접 가꿔 먹자"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일본 시민농원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도시에 거주하며 남는 시간에 오가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통근형 시민농원과 농촌에 머물면서 농원을 이용하는 체재형 시민농원(클라인가르텐)이 있다.
통근형 시민농원 중에서는 최근 교토(京都)를 비롯, 체인 형태의 농원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는 '마이 팜(My Farm)'이 눈길을 끈다.
마이 팜은 농업인구 고령화 등 때문에 경작이 중단된 도시 주변의 자투리 농지를 빌려 전국에 20여 곳의 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농원엔 농업지도사가 딸려 있고 무농약 야채 재배가 원칙이다.
최대 30㎡의 1구획을 1년 빌려 쓰는데 매달 5,000엔(7만원) 정도 든다. 마이 팜에서 농사 짓는 30대 초보농사꾼 사와쿠마(澤熊)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밭에 오는데 파종이나 모종, 지지대 세우는 법 등을 배워가며 농사 지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체재형 시민농원에는 며칠 먹고 자면서 농사가 가능하도록 경작 구획별로 주택이 딸렸다. 1990년대 초 처음 등장해 현재 일본 전국에 약 60개 정도가 있다.
농가ㆍ농지 임대료 등의 비용은 연간 40만엔 정도다. 이용자는 대부분 50~60대이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자리가 없어 5년 동안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나가노(長野)현 마쓰모토(松本)시의 체재형 시민농원에서는 회원 1세대와 지역 농가 1세대를 연결, 농사를 돕게 하는'농촌 친척제도'를 도입해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나 사회복지시설에서 농업 체험이나 원예 요법을 목적으로 농원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학교 1농원'을 추진 중인 사이타마(埼玉)현이 대표적이다. 현재 40%에도 못 미치는 식량자급률 향상을 목표로 하는 일본 정부도 시민농원 확대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농사 바람'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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