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당 정권을 이끌어 갈 사람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간사장 내정자이다. 하지만 이 '투톱'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이 있다. 하토야마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창당한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과 젊고 깨끗하다는 이미지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현 간사장이다. 민주당이 집권 이후 현실 정치에 매몰되지 않고 개혁 초심(初心)을 지켜 정체된 일본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 지는 두 사람의 역량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관계에서는 민주당 지한파 의원들의 활동도 주목된다.
간 나오토 대표대행은 민주당내 개혁파의 중심이다. 1996년 자민ㆍ사회ㆍ신당사키가케 연립 하시모토(橋本) 정권에서 후생성 장관을 맡아 두각을 나타냈다. 혈액제재 에이즈 감염 사건에서 후생성의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관료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조사팀을 꾸려 정부의 책임을 밝혀내 일본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토야마 대표와 1996년 민주당을 창당해 공동대표를 맡은 뒤 두 차례 더 대표를 지낸 간 나오토씨는 마니페스토 선거를 정착시킨 주역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 해 선거에서는 중진 정치인들의 상식인 소선거구, 비례대표 중복 등록을 거부하고 소선구에만 출마해 당선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건 관료, 정치개혁의 원형이 간 대표대행의 정치행보에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하토야마 이후의 민주당 대표 선거를 국민에게 맡긴다면 오카다 간사장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초선으로 정치 경력은 짧지만 50대라는 젊은 나이에다 오자와, 하토야마가 정치자금 문제로 곤혹을 치른 데 비해 청렴하고 성실하다는 이미지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간 나오토와 오카다 가쓰야는 내각에 기용돼 민주당 개혁정책의 핵심이 될 국가전략국 등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외교의 큰 축인 한일의원연맹은 중심이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이동한다. 하토야마 대표는 2003년 당내에 '일한의원교류위원회'를 만들었고 올해 3월 출범한 '전략적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의원 모임'에도 고문을 맡는 등 한일문제에 관심이 많다. 오자와, 간 나오토, 오카다 등 민주당 핵심 간부들 역시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지한파로 분류할 수 있다.
이밖에도 '전략적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의원 모임' 회장인 마에하라 세지(前原誠司) 부대표, 북한 핵문제 해결과 북일 국교정상화 실현을 위해 지난해 결성된 초당파 모임 '한반도문제연구회'의 이와쿠니 데쓴도(岩國哲人) 전 의원 등도 민주당 내에서 한일, 대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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