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콘크리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강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열흘 걸릴 공사를 하루 이틀 만에 끝내라는 무리하고 즉흥적인 요구는 처음 봤습니다."…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벌이면서 공사업체들을 상대로 무리한 조기 완공을 독촉해 말썽을 빚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부실 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막무가내다. 시 주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 도전이 점쳐지는 오세훈 시장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의도 한강공원조성 공사는 당초 12월31일까지 준공키로 계약됐지만 하청업체는 9월 초까지 공사를 마무리하라는 시의 지속적인 독촉을 받고 있다. 뚝섬 한강공원 조성을 맡은 다른 업체 역시 계약서엔 준공기한이 11월30일로 명시돼 있으나, 9월 초에 끝내라는 주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준공기한이 12월21일인 난지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업체들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갑'의 요구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무리한 '돌관공사'(장비와 인원을 집중투입해 야간ㆍ주말 작업 강행)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9월 이후부터 시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줄줄이 예고돼 있으니 개장부터 하고 보자'는 시 독려에 시달리고 있다"며 "품질 저하와 추후 하자보수 공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관계자는 "현장 점검을 나온 시 고위 관계자가 '주요 공사만 완료하고 안되는 구간은 잔디로 다 덮으라'는 지시까지 했다"며 "'나중에 잔디 걷어내고 다시 공사하면 된다'는 말에 기가 막혔다"고 폭로했다.
시의 이런 밀어붙이기식 행태는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선거법은 연말부터 자치단체장이 각종 행사에 참석, 테이프 커팅을 하는 등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어 이를 피해 서둘러 오 시장의 치적을 알리자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현행 선거법은 '지자체장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근무시간 중에는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 외에는 일체 참석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또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해당 지자체의 사업계획ㆍ추진실적ㆍ자치단체의 활동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도 발행하거나 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서류상에는 한강공원의 준공기간이 연말까지로 돼 있지만 실제론 9월안에 완료할 계획"이라며 공기단축을 시인하면서도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 개방하는 게 시민을 위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공기 단축에 따른 부실공사 우려와 관련, "미진한 부분은 연말까지 보완해 마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 1,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여의도ㆍ뚝섬ㆍ난지 등 3대지구 한강공원 특화사업은 오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중 핵심이다. 대규모 수변무대와 생태습지원, 산책로, 물빛광장 등 다양한 시민 휴식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는 공사를 조기 완공해 24일 여의도지구, 27일 난지지구, 29일 뚝섬지구를 차례로 개장한다.
박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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