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성경 '욥기' 8:7)
고린도전서의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라는 말씀만큼 유명한 성경 구절이다.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긍정적 메시지로 널리 쓰이는 이 말이, 본래는 "독선적 교리에 뿌리를 내린 언어폭력이었다"고 최형묵(48·사진) 천안살림교회 목사는 말했다. 그가 낸 <반전의 희망, 욥> (동연 발행)은 인내와 순종의 인물로 인식되던 욥을 도발과 항변의 상징으로 해석함으로써, 구약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세상의 부조리한 본질을 묻는 책이다. 반전의>
"사회적 약자들이 궁지에 몰리고 절규해도 세상은 굴러갑니다.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문제가 우리 시대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죠. 욥기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인간의 오랜 물음을 집대성한 책입니다. 욥은 인과응보의 논리로 부조리를 덮으려는 사람들에게, 그 논리와 상반되는 현실을 들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성서 해석에 따르면, 욥은 고난을 묵묵히 참고 견뎌 하나님의 위대함을 증거한 인물이다. 그러나 최 목사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공평함을 말할 수 있는 현실은 부조리하며, 그 불공평한 현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주장은 불온하다"고 말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묻고 있다.
"남을 못살게 굴지 않고 선하게 살아왔는데도 지지리 가난한 사람에게, 잘못한 것이 많아 고생하는 것이니 하나님 앞에 회개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난감할까? 오늘날 교회에서 선포되는 설교들은 대부분 그런 류가 아닌가? 그런데도 난감해 하기보다는 다들 '아멘'을 외치는 사연은 무엇일까?"
최 목사는 권력과 교권의 울타리에 갇힌 성서를 전반적으로 새롭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과응보의 논리에 갇힌 세계관은 "닫힌 세계"이며, 그런 세계의 하나님은 "그렇게 이해하는 사람들의 손아귀에 쥐어진 하나님"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를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선교가 아니라 '무례한 복음'일 뿐"이라고 했다.
"성서 속에서 욥은 부조리에 대해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며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찾도록 촉구합니다. 욥의 항변과 물음은 바로 오늘 우리 시대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항변이요 물음이기도 합니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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