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경남 양산 재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오늘 사임할 예정이다. 대표직은 당헌당규에 따라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차점을 얻은 정몽준 최고위원이 자동으로 승계한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국회 임명동의 절차가 끝나면 당ㆍ정은 '정ㆍ정 체제'로 넘어간다.
박 대표의 사임은 양산 재선거 후보 경선을 앞두고 '대표 프리미엄'을 포기, 공정한 경선에 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마감된 공천 신청에서 양산이 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공정 경선'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도전일수록 깔끔하게 임하려는 정계 원로의 자존심이 엿보이기도 한다.
시간 문제였던 그의 사임보다 더 많은 정치적 관심을 끄는 것은 정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다. 2007년 12월 오랜 무소속 옷을 벗고 입당한 그는 대선 후보군에 들어 있었지만 정치 역량을 본격적으로 검증 받을 기회는 별로 없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타고 한창 주가가 치솟았을 때 '국민통합21'을 창당해 대표 겸 대통령 후보로서 잠시 당을 이끈 경험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정당'에 가까웠다. 거대여당의 대표로서 당 안팎을 추스르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정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를 가리는 본격적 시험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친이 성향의 박 대표와 달리 여당 내 친이ㆍ친박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에 있었다. 따라서 당내 계파갈등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 여당 내의 세력 균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지 주목된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노선에 대해 '중립ㆍ비판적 성향'을 보였던 정 총리 내정자와 함께 2기 당ㆍ정을 이끈다는 점에서 정부ㆍ여당의 전체 정책과 노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궁금하다.
최근 정부의 자신감 회복 기미가 뚜렷하고, 야당도 시끄럽기만 할 뿐 거대여당 을 견제할 효율적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견제'의 의미는 한결 커졌다. 정 최고위원이 정 총리 내정자와 함께 국민의 뜻에 늘 귀를 기울여야 할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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