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소장에서 집회 해산 명령의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단지 해산 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시위 참가자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철거 반대 시위를 하다가 경찰의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집시법 위반 및 업무방해)로 기소된 이모(47ㆍ여)씨에게 업무방해만 유죄로 판단,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공소장에 해산 명령을 불러온 위법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집시법에 따라 해산 명령을 할 수 있는 집회ㆍ시위 양상은 매우 다양한데 이 사건의 공소사실만으로는 그 중 어느 것에 해당해 해산 명령이 내려진 것인지 쉽사리 알 수 없다"며 "공소장에 기재된 적용 법조는 공소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집회가 어떠한 점에서 그 신고된 목적ㆍ일시ㆍ장소ㆍ방법 등을 뚜렷이 벗어나는 것인지를 공소장에서 전혀 기재하지 않고 있으므로 구체적 구성요건을 특정하지 않은 공소사실은 위법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서울 중구의 재건축 공사장 앞에서 철거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가 기소됐고 검찰은 공소장에 이씨가 경찰의 해산 명령에 지체 없이 응하지 않았다고만 적시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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