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박지성(28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24ㆍAS 모나코)의 맹활약으로 '가상 유럽' 호주를 상대로 시원한 완승을 거뒀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친선경기에서 공수에 걸쳐 짜임새 있는 전력을 과시하며 3-1로 승리, A매치 25경기(12승 13무)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양박(兩朴) 에이스' 시대가 도래했음을 확인시켜주는 한판이었다. 박지성과 박주영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위의 강호 호주를 상대로 시종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이끌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이동국(30ㆍ전북)과 함께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에 나선 박주영은 시작 휘슬이 울린 지 4분 만에 벼락골을 작렬, 4만여 관중이 운집한 상암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박주영은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한 이청용(22ㆍ볼턴)이 내준 패스를 골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연결, 호주 골네트를 흔들었다. 지난달 12일 파라과이전(1-0)에 이은 A매치 2경기 연속골.
박주영은 전반 18분 아크 정면에서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리는 등 후반 34분 이근호(24ㆍ이와타)와 교체될 때까지 폭 넓은 움직임과 과감한 슈팅으로 상대 수비진을 유린하며 '허정무호 간판 스트라이커'의 입지를 굳혔다.
박지성은 위치에 구애 받지 않고 맡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설기현(30ㆍ풀럼)의 세 번째 골을 배달하며 경기 MVP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후반 들어 미드필드 중앙으로 이동, 위치에 구애 받지 않고 적진을 교란하는 '프리 롤(Free Role)' 임무를 소화했다. 이날 경기에서 총 네 차례에 걸쳐 시도된 포메이션 변화 속에서 박지성은 '그라운드의 사령관'으로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성의 진가는 호주가 만회골을 뽑아내며 따라 붙은 후반 41분 드러났다. 하프라인 왼쪽에서 상대 볼을 가로챈 박지성은 20여m를 단독 드리블,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으로 파고 들어간 후 반대편 골에어리어에 있는 설기현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 쐐기골을 이끌어냈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월드컵 예선에서는 측면에 주로 섰지만 오늘은 중앙에서도 팀을 잘 리드했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박지성을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며 '에이스'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확인했다.
박주영은 7일, 박지성은 8일 각각 출국, 본격적인 2009~10 시즌에 돌입한다. 호주전 승리를 이끈 '양박'이 소속팀에서도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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