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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생산량의 65%…경북 성주군에 가다/ "성주 참외 부농, 과학영농 덕인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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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생산량의 65%…경북 성주군에 가다/ "성주 참외 부농, 과학영농 덕인기라"

입력
2009.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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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성하고 부지런하면 칠십 넘은 영감, 할마시도 1년에 6,000만∼7,000만원은 벌 수 있는 곳이 성주라요. 품질도 최고재. 성주는 참말로 복 받은 땅인기라." 1950년대 말부터 수박과 참외 농사를 지어온 최박융(73)씨의 성주참외 예찬론은 끝이 없었다.

이달 초 경북 성주군 성주읍 백전1리 참외재배단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전 6시 비닐하우스에서 최씨와 부인 곽정순(68)씨가 부지런히 참외를 따고 있었다. 해가 뜨면 비닐하우스 내 온도가 50도 이상 오르기 때문에 8시 전에 일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딴 참외는 하우스 옆 농막에서 자동 세척ㆍ선별을 거쳐 박스에 포장한 뒤 낮 12시30분 공판장 경매에 넘긴다.

끝물이지만, 아직 15㎏들이 한 상자에 평균 3만5,000원은 너끈히 받는다. 한 물 때는 한번수확에 100상자 가까이 따는 비닐하우스를 12동이나 갖고 있다.

최씨는 "올해 수입이 한 동에 얼추 600만원은 될 것 같다"고 했다. 총수입은 약 7,000만원. 씨앗과 비료, 농약값 등 1,500만∼2,000만원을 빼면 5,000만원 가량 손에 쥘 수 있다. 최씨 말대로 "칠십 넘은 영감과 할마시"가 거둔 수확이 이 정도다.

참외의 대표산지 경북 성주군이 활짝 웃고 있다. 올해 참외 생산액이 3,200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억대클럽' 회원도 600여 농가로 전체 참외 재배 농가 4,913가구의 10%를 돌파할 전망이다. 성주읍 백전1리 '억대클럽' 멤버인 정인휴(54)씨는 "비닐하우스 한 동에 1,700만원의 소득을 올리거나 총 수입이 3억원 넘는 사람도 있다"고 귀뜸했다.

'성주 참외'가 참외의 대명사가 된 지는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지역 참외 생산량은 19만7,416톤으로 전국(22만385톤)의 89.6%다. 성주군이 집계한 지난해 생산량이 14만2,247톤이니 전체의 65%, 즉 시중에 유통되는 참외 3개 중 2개는 성주산인 셈이다. 10여년전부터 한 두 해를 제외하고 생산액 기준으로 '경북사과'를 눌렀다.

성주 참외의 성가를 드높인 주역은 역시 농민들이다. 비옥하고 물빠짐이 좋은 미사질양토라는 토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품종이나 신기술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요즘 말로 하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이기 때문이다.

그냥 부지런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열린 자세로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 들이고 연구하는 과학영농으로 스스로 진화, 오늘의 성주참외가 된 것이다.

이 지역에서 "40, 50대의 청년층"(농촌인구의 노령화 때문에 농민들 스스로 그렇게 말한다)은 어김없이 비닐하우스 한 동 정도는 시험용으로 운영한다. 새로 개발된 종자나 비료, 농약 등을 직접 시험해 보고, 나름대로 새로운 재배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소비자들에게 참외는 그냥 달콤하고 향긋한, 맛있는 과일이지만 고도의 재배기술이 필요하다. 연작피해를 줄이기 위한 접목재배기술 개발과 토질과 기후에 맞는 최상의 조합을 찾아 내려면 농민 스스로 현장시험재배를 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정인휴씨는 "올해 18동 가운데 1개 동에서 한여름에도 진노란색으로 때깔이 좋나는 A사의 J품종을 시험 재배했는데"며 "시험재배 없이 신품종으로 바꿨다면 큰일 날 뻔 했는데, 일부 농가는 종자뿐 아니라 비료나 영양제, 농약 등을 시험사용 하는 대가로 종묘상 등으로부터 '연구비'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스스로 알아서 몇 년에 한 번은 모를 심는다. 토양선충이 물속에서는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참외연구소의 기술지도를 받아 태양열 소독과 녹비작물 재배로 지력을 회복하기도 한다.

성주참외의 명성에만 기대지 않고 230여개 작목반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도 남다르다.

성주군 용암면 '애향작목회'는 10여년전부터 참외선별작업 때 주인을 배제한다. 상자 속안보이는 곳에 하급품을 섞는 '속박이'를 막기 위해서였다. 2, 3년만에 '믿을 수 있는 참외'라는 명성을 얻었고, 다른 참외보다 10% 이상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요즘은 성주 전체에 속박이라는 '양심불량' 행위를 퇴출시켰다.

경북도농업기술원 성주과채류시험장 신용습(46ㆍ농학박사) 연구실장은 "성주에는 60년대부터 접목재배를 할 정도로 앞선 곳으로 집단재배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크고 경쟁으로 인한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성주 참외의 절반 이상이 현지 공판장에서 경매될 정도로 산지유통이 활성화한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운반트럭이 없는 70대 고령자들은 상자당 300원만 주면 비닐하우스에서 공판장까지 날라주고, 도매상들이 성주 공판장에서 참외를 구입해 가기 때문에 수송비는 갬?이에 따른 인력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밖에 자동보온덮개 개폐기와 자동 세척ㆍ선별기 등 자동화시스템 구축으로 노동력을 절감한 것도 성공 비결이다. 또 군과 농민, 농협이 함께 매년 8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발효과(물 찬 참외)를 전량 수매, 비료화 하는 것도 성주 참외 이미지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이창우(71) 성주군수는 "재배기술은 농민들이 박사급이기 때문에 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신 군에서는 2004년부터 참외축제를 열고 참외생태학습원 건립, 참외특구 지정, 참외박스 규격화 등 지원 사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성주=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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