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4일 총리직 수락 이유에 대해 "한마디로 나라에 밸런스(균형)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날 저녁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호랑이 스코필드 동우회' 창립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 들어가서 밸런스 취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보수층에 기반을 둔 현정부에서 개혁 성향인 자신이 총리가 되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서 중도 정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책 방향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생각이 다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장 경제에서) 경쟁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생각이 같다"면서도 "구체적 방안에서는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과 성장 배경도 같고, 서민 가족에서 자라서 서민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배려가 우리 두 사람의 콤비만큼 잘 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세종시 계획 수정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데 대해 "개인적 생각을 이야기 했을 뿐인데 언론 등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정부와 조율된 것은 아니다 "고 해명했다.
그는 작고한 스코필드 박사의 검소한 생활을 거론하면서 "불황에 빠지면 단기적으로 수요 진작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검소하고 저축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그는 이날 창립총회에서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것과 사람 됨됨이는 스코필드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셨다"며 "총리로 지명된 것도 할아버지 덕"이라고 존경심을 표시했다.
그는 캐나다 출신의 스코필드 박사를 친아버지와 숙부, 조순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자신을 키운 4명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이라고 말해왔다. 정 후보자는 중학교 재학 시절 서울대 수의대에서 강의했던 스코필드 박사를 만난 뒤 그로부터 등록금과 생활비 지원을 받았다.
앞서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 정부 중앙청사에서 한승수 총리를 만나 국정 운영과 인사청문회 대책 등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다음은 정 후보자의 일문일답.
-야권이 정 후보자의 세종시 발언과 총리 임명동의 문제를 연계할 것임을 공언하고 있는데.
"솔직하고 투명하게 인사청문회에 임할 생각이다."
-아버지로 여기는 스코필드 박사는 정 후보자가 정치하는 것을 싫어했다고 하는데.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몸과 마음을 바치라고 하셨다. 나라가 힘드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조순 전 부총리와 총리직 수락 문제에 대해 상의했는가.
"(과거에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라고 하셨다."
-부모님 묘소에는 언제 찾아갈 계획인가.
"지금 망우리(공동묘지)에 계시다. 내일(5일) 뵈러 갈 것이다."
-어머니께서 '정승이 되어 달라'고 오래 전에 당부했다고 하는데.
"어제 고향 사람이 축하 전화를 했다. 저의 훌륭함도 있을지 모르지만 어머님이 계셨던 것을 기억하라고 하셨다. 그때 눈물이 났다."
-고향인 충청도에는 언제 가는가.
"청문회도 아직 하지 않았는데 액션(행동)을 취하면 건방진 게 아니냐. 청문회 끝나고 갈 것 같다."
-총리 후보자로 어떤 예우를 받고 있나.
"오전에 정부청사로 갈 때는 택시를 탔는데, 오후에는 에쿠스로 서울대까지 데려다 주더라. 내일부터 체어맨이 나온다더라."
-서울대 교수직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청문회 끝나고 이달 말쯤 사표 낼 것이다."
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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