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턴 타르트 지음/들녘 발행·312쪽·1만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어느 비 오는 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젊고 아리따운 여성 제니가 사라진다. 그녀와 마지막을 보낸 남성은 동물실험연구실에 근무하는 중년의 유부남 토마스. 토마스가 제니와 가벼운 말다툼 끝에 헤어졌다는 사실을 밝혀낸 경찰은 토마스를 살인 용의자로 체포한다.
남편의 명백한 외도 증거가 백일하에 드러나지만 토마스의 부인 레오니는 오히려 남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나선다. 제니의 복잡한 남자관계, 담당 형사의 수상한 행동 등이 밝혀지며 사건은 점점 더 복잡하게 꼬여간다.
네덜란드 작가 마르턴 타르트(65)의 1983년작 <검은새> 는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 부부관계의 본질을 묻는 소설이다. 작가는 토마스와 레오니의 시각을 교차시키고, 편지와 일기 등 여러 장치를 활용해 '가깝고도 먼' 부부관계의 진실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실종사건 해결의 큰 줄기와 상관없이 토마스와 제니가 성관계를 맺었는가를 밝혀내는 데만 집착하는 레오니의 강박증적 행동은 '신뢰'라는 단비가 스며들지 못한 부부관계라는 토양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검은새>
작가 마르턴 타르트는 동물행동학을 전공하고 30대 후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목이 잘린 실험용 쥐, 포르말린 병에 담긴 태아, 어린 오랑우탄의 해골 등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동물실험실에 대한 놀랄 만한 세부묘사는 독자들을 으스스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인물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전 끝에 실종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의 반전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추리소설, 베르디의 오페라 '오셀로', 슈만의 피아노모음곡 '어린이의 정경' 등 소설의 전개방향을 암시하는 문화코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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