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 남자단식 결승을 치르기 위해 들어서는 로저 페더러(28ㆍ스위스)에게 온 관중의 시선이 꽂혔다. 현역 최고수의 입장에 장내가 술렁거리는 건 당연한 일인데 눈길은 온통 페더러가 입은 옷으로 쏠렸다. 순백의 눈부신 슈트. 사람들은 슈트 속 페더러를 두고 영국군 장교 같다고 했다. 보는 이에게 거부감을 준다는 불만이 내포된 표현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US오픈 시즌을 맞아 '테니스 황제' 페더러의 복장 속 논란코드를 되짚었다. 페더러는 올해 윔블던 우승으로 전ㆍ현직을 통틀어 최고 플레이어로 인정 받았다.
개인통산 15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에 등극, 피트 샘프러스(미국)를 제치고 남자단식 메이저 최다우승자가 됐다. 등장 때 순백 슈트를 입은 페더러는 시상식에선 황금색상으로 멋을 낸 웜업 재킷을 입었다. 뚜렷이 새겨진 숫자 '15'가 디자인의 핵심이었다.
NYT는 이 같은 옷차림이 자칫 고압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준우승한 앤디 로딕(미국)의 쓸쓸한 표정과 대비돼 잔인하게 느껴진다는 일부팬들의 비난의 근거다. 물론 반대편엔 프로스포츠 우승팀의 세리머니(기념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환호하는 등)를 예로 들어 페더러의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도 있다.
페더러는 올해 여름부터 자신의 이름과 성 첫 글자를 딴 'RF'를 모든 용품에 새겼다. 재킷, 가방부터 신발, 벨트 탭까지 황제를 상징하는 황금색 약자가 지배하고 있다. 로고를 만든 디자이너들은 우수성을 알리느라 여념이 없지만 일부의 눈엔 특권의식의 표현으로 보인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근간인 스포츠라 더욱 그렇다.
팬들의 반응에 페더러는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프랑스오픈 때 '14'를 새겼을 땐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고 밝힌 페더러는 "제복을 연상시키는 복장이나 황금색상에 과시를 위한 의도는 없다. 자연스러운 패션의 일부"라고 항변했다.
페더러는 현재 US오픈 3회전에 올라있다. '예상대로' 14일(한국시간) 결승에 진출할 경우 관심은 온통 황제의 옷차림에 쏠릴 전망이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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