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5일 오후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12박 13일간 유럽을 순방한 뒤 이날 귀국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잘 모시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친박계의 한 의원이 전했다.
정 후보자는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유럽을 방문하고 있을 때 총리 후보자로 지명 받았다"며 "많이 도와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정 후보자가 잘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개각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전제한 뒤 "정 후보자는 훌륭한 분으로 잘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덕담을 했다.
정 후보자는 일부 친박계 의원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박 전 대표를 잘 모실 생각이니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정 후보자는 6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 전 대표와의 통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런 것은 질문하지 말아 달라" 면서도 통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정 후보자는 자신의 총리 지명에 대해 박 전 대표가 환영의 뜻을 표시한 것과 관련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저도 박 전 대표가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정 후보자는 이어 차기 대권 도전 문제에 대해 "이미 이야기했듯이 대선 출마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가 전화를 걸어 박 전 대표에게 '예의'를 갖춘 것은 자신이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부각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전 대표는 귀국 직후 세종시 건설 문제에 대해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면서 세종시법을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정 후보자의 세종시 수정 추진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 후보자의 대선 출마설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앞으로 박 전 대표와 정 후보자 사이에 긴장 기류가 형성될 수도 있다. 한 여당 의원은 "국정 운영에서는 협력 관계가 형성되겠지만 대권과 관련해서는 서로 경쟁하는 건전한 긴장관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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