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4일 유엔 대표가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의 발표를 통해 "우라늄 농축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또 "폐연료봉 재처리가 마감 단계에서 마무리되고 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황 악화시 '또 다른 자위적인 강경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도 했다.
지난 4월과 6월 외무성 성명에서 밝힌 영변 핵시설 원상 복구, 우라늄 농축 작업 착수 등의 작업이 이제 완료돼 추가로 핵무기를 확보했다는 엄포다. 7월4일 미사일 7기 발사 이후 유화 모드로 돌아섰던 북한이 미국의 무반응에 나름의 공세 카드를 내놓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대화에도 제재에도 다 대처할 수 있게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공화국의 자주권과 평화적 발전권을 난폭하게 유린하는 데 이용된 6자회담 구도를 반대한 것이지 조선반도 비핵화와 세계의 비핵화 그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4월 이후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데서 한 발 물러난 것이다. 자주권을 보장해주면 다시 회담에 나갈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게다가 이번에 북한이 처음 쓴 '세계의 비핵화'라는 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창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에 화답하는 의미도 있다.
입장 공개 시점이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6자회담 참가국 순방 시점과 맞물려 있고, 9월 안보리 의장국이 미국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미국이 빨리 대화에 나오면 비핵화도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비쳤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풀이가 나온다. 이번 발표는 사실상 미국을 향한 대화 구애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좋지 않은 행보"라고 평가했다. 이날 중국을 거쳐 한국에 도착한 보즈워스 대표는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핵개발은 어떤 것도 우리에게 우려가 된다"고 했다.
북한은 공을 미국 쪽으로 넘겨 대결과 대화 중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 묻고 있지만 당장 미국이 어떤 답을 내놓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다만 6자회담 참가국과의 협의를 마친 보즈워스 대표가 9월 중순 평양행을 선택할 경우 대화의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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