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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해외시장 개척 '상사맨' 코오롱 아이넷 화학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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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해외시장 개척 '상사맨' 코오롱 아이넷 화학2팀

입력
2009.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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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3위 비료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인도의 항구도시 뭄바이. 그 돈줄을 쥐고 있는 바이어가 눈 앞에 나타났다. 그에게 선보일 생리대를 비롯한 여성용 위생용품 한 보따리 짊어지고 먼 길을 떠나온 터. 이제 성사여부는 오롯이 나에게 달렸다. 실력보다는 정성이 담긴 영어실력으로 제품설명을 시작했다. 이미 수 차례 이메일로 상대의 제품성향은 파악해왔다. 집중공략 결과는 계약체결, 더불어 식사초대까지 받았다. '역시 일한 보람이 크다'

#전세계 화학비료 시장분석에만 반년이 꼬박 걸렸다. 이제 생면부지 업체 관계자에게 제품설명과 산업전망을 알려줘야 할 터. 전세계 화학비료 수급업체 각각에 100여 개의 이메일을 영어로 작성해 돌렸다. 각 업체에 맞는 제품설명도 제각기. 헌데 한 달이 지났건만 깜깜무소식이다. 제대로 가긴 했을까. 해당업체로 용기 내어 전화를 걸었다. 그제서야 몇 마디 한다. '미안하지만 관심 없다.' 결국 다시 제자리다. '노력한 보람이 없다.'

고대 실크로드를 오고 갔던 보부상들이 21세기 '상사맨'으로 거듭났다. 계약 한 건 한 건이 그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기도, 더해주기도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다. 여성 위생용품이나 아이 기저귀 등에 쓰여 수분을 대량으로 흡수하는 화학 제품을 세계 각국으로 중개 무역하는 코오롱아이넷 화학2팀 유민재 팀장, 손동현 과장, 진상환 김경화 대리를 만나 그들의 생생한 신(新) 실크로드 개척기를 들어봤다.

개척의 첫 단계. 해외시장 분석이다. 남들이 1년에 한 번 나갈까 말까 한 해외구경을 1달에 1번씩은 한다. 덤으로 역마살도 붙는다. 입사 19년차 유민재 팀장은 "1달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떠돌다가 들어오기도 한다"며 "이 나라에서 저 나라에 화학비료를 파는 등 각국의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다 보니 해외출장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해외시장을 직접 발로 누벼야 내가 가진 제품을 보다 많이 팔 수 있다는 것도 이 바닥 진리다. 손동현 과장은 "국내에서 이메일로 수 차례 거절 당했던 업체도 현지에 가면 제품설명을 보다 꼼꼼히 들어주기도 한다"며 "당장 내일이라도 해외출장을 갈 준비가 항상 돼 있다"고 각오를 다진다.

실크로드를 찾기까지는 온 정성이 들어가기 마련, 그만큼 돌아오는 보람도 크다. 진상환 대리는 "제품을 공들여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간의 연결, 업체간 연결을 담당하는 일"이라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고 사람 자체가 회사 경쟁력이다 보니 아무래도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손 과장은 "한 번은 일본업체에 여성 위생용품에 들어가는 화학비료를 수출하기 위해 해당 업체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 위해 8번을 다시 테스트를 하기도 했다"며 "촉감이나 점성을 딱 원하는 조건에 맞춰주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지만, 결국 계약이 체결됐을 때 보람은 그간의 고통을 잊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계약'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기까지 과히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한다. "이미 거래선이 확고해 다른 업체의 제품은 받아보지도 않겠다는 고집 센 업체가 수두룩하다(진 대리)"거나 "끊임없이 NO를 외치는 바이어를 상대로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한다(김 대리)"거나 "까다롭기 그지없는 업체들의 요구에도 버럭 화 한 번 안 내고 조율해 나가야 하는 것(손 과장)" 등은 보람찬 결과로 가기 위한 필수과정과도 같다.

예기치 않은 사건에도 꿋꿋해야 한다. 유 팀장은 "이 일을 하다 보면 운송이 지연되거나, 혹은 배가 침몰하는 등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쉴새 없이 터져 나온다"며 "그 때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해결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장사는 아무래도 목이 좋아야 한다. 이 때문에 선점경쟁도 치열하다. 김 대리는 "무조건 욕심을 내서 이미 한정된 시장에 뛰어들어 무조건 내 파이를 늘리려고 하다 보면 결국 지는 싸움이 되고 만다"며 "거짓말이나 과장을 해서 어떻게 해서든 계약을 따는 것보다 상대를 설득하고, 서로 타협해서 진실된 계약을 맺는 게 오래가더라"고 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미개척 실크로드에서 의지할 데라곤 길동무 뿐이다. 유 팀장은 "십 년 여간 알고 지내는 말레이시아 거상이 100세 잔치에 초대하거나 동남아 거래선의 아기 돌잔치에 내 아이 돌반지를 선물하는 등 일도 하고 우정도 쌓는 일석이조"라고 했다. 손 과장도 "자주 전화통화를 하다 보니 일을 빨리 처리해 일찍 집에 보내달라고 웃으며 부탁하기도 하고, 그럼 상대편도 어느 새 웃으며 농담을 건네 받으며 일하면 동지애 같은 것이 생기곤 한다"고 했다.

험난한 실크로드 개척에 책임감은 필수다. 진 대리는 "해당분야의 업체를 찾아내고, 연락하고,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스스로 발굴해 계약을 체결했을 때 보람이라든지 뿌듯함은 어느 직장 못지않게 크다"고 했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그들은 소망한다. 자신의 몸을 전 세?각지에 내던질 수 있는 화려한 실크로드가 곧 속 시원하게 뚫려주길.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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