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애경 지음/나무수 발행ㆍ325쪽ㆍ1만5,000원
#사진1. 핀란드는 사람 다니는 길에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간이 걸려도 돌 하나하나를 심어 길을 닦는데, 그 이유는 땅에게 숨 쉴 틈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그렇게 놓인 돌길은 세월과 함께 늙어 이끼 옷을 입고, 틈 사이에 저렇게 이름 없는 풀도 키운다. 핀란드가 돌이 흔한 나라인지는 모르겠고, 저 돌들도 제 자리에서 뽑혀 다듬어졌을 테니 뭐가 친환경적이라고 섣불리 단정지을 일은 아닐 테다. 문제는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다. 시민생태공원 조성한다며 강변마다 우레탄 산책로며 아스팔트 자전거도로를 까는 우리의 공공디자인 정책이 혹시 너무 모진 것은 아닐까.
#사진2. 무슨 대단한 미술관 담장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집 담장이라고 한다. 큰 돈을 들이지도,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방의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저 소박하고 재미있는 발상에 빙그레 웃음을 띠며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을까. 그러면서 집 주인의 개성, 혹은 저 자전거 바퀴들에 얽힌 사연 따위를 나름대로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낯선 여행객에게도 작은 이야기를 선물한다.
<핀란드 디자인 산책> 은 핀란드의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그 둘의 조화와 공존을 중시하는 그들의 디자인 철학과 사례들을 담담히 소개한 책이다. 한국과 핀란드를 오가며 아트디렉터 등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핀란드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일이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적고 있다. 핀란드>
그러면서 겨울의 산책길, 카페, 들판, 공원, 도심 등 일상 공간과 백야, 크리스마스 등의 특별한 시간 속에 구현된 핀란드 디자인, 즉 단순하고 아름다우며 기능적인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정수를 멋진 사진들과 함께 전한다. 그 안에 명상ㆍ사색의 깊이가 느껴지는 일상의 단상도 스며 있다. 북구의 바람이 들어오는 작은 창(窓) 같은 책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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