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소설가 공선옥 선배의 손등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했다.
뜨거운 냄비나 프라이팬의 테두리에 살짝 덴 듯한 자국이었다. 주부들의 손이나 팔뚝에는 한두개쯤 주부라는 표시가 있다. 불과 칼의 자국들이다. 지난여름 감자를 삶다 뜨거운 냄비에 화상을 입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팔 안쪽 여린 곳이라 그런지 커다란 물집이 잡혔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타원형 물집 속에 고인 물이 찰랑거렸다. 어디에서 그런 물이 고였는지 물은 맑았다.
흉터가 남지 않게 해주는 치료제들이 많이 나와 있어 흉터 걱정은 되지 않았다. 밴드는 투명해서 속이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밴드를 갈아붙이면서 여름을 났다.
물집의 물이 빠지면서 부풀어오른 피부가 딱딱해졌다. 분홍색 새살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상처 아무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상처는 가장자리부터 아물었다. 가장자리부터 어는 호수 같았다. 조금씩조금씩 중심을 향해 표시나지 않게 다가갔다.
겨울이면 어른들은 아이들이 호수에서 얼음을 지칠까봐 주의를 주곤 했다. 가장자리가 얼었어도 한복판은 얼지 않아 위험하다고. 얼마 전에야 치료용 밴드를 뗐다.
붉은 흔적을 들여다볼 때마다 잠깐 맛본 뜨거운 맛과 파슬파슬하던 하지 감자와 알게 모르게 남에게 주었을 상처가 떠오른다. 시간이 흘렀지만 상처의 중심은 다 아물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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