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화가 이강소 20년 결산 전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화가 이강소 20년 결산 전시

입력
2009.09.06 23:46
0 0

'오리 그림'으로 유명한 중진 작가 이강소(66)씨의 그림은 동양의 절제미와 서양의 추상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모노톤의 거친 붓질 위에 희미하게 자리잡은 오리나 빈 배, 사슴의 형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는 이런 자신의 작업을 '멍석론'으로 설명한다. "제가 그리는 것은 구체적 대상이 아닙니다.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서 쓰는 것이죠. 보는 사람이 제가 펴놓은 멍석에서 출발해 구름이든, 물이든, 산이든 자유롭게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주로 오리를 그리는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빌려쓰기 좋아서"라고 한다. "호랑이나 사자라면 표현이 지나치게 강하겠지만 오리는 이미지가 약하면서도 리드미컬하다"고 설명한 그는 "그리기 쉽기도 하고"라며 웃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오래 전 작품에서도 읽을 수 있다. 1973년 명동화랑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그는 전시장에 선술집에서 가져온 낡은 탁자와 의자를 놓고 관객들에게 막걸리를 팔았다. 어떤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관객들이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의도에서였다.

1975년 파리 비엔날레에서 전시장에 닭을 풀어놓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77년 대구현대미술제에서 비디오 작품을 선보이는 등 현대미술의 최전선에서 다양한 실험을 벌이던 그는 80년대 후반부터 배와 오리, 사슴의 이미지를 담으며 평면 작업에 집중해왔다.

8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하는 '이강소 1989-2009'전은 이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20년 화업을 결산하는 자리다. 회화를 비롯해 사진과 조각 등 시기별 주요작 100여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신관에는 1992년 영국 테이트갤러리 전시작 등 그의 과거 대표작들이, 본관에는 최근 작품들이 걸렸다. 신관 지하 공간에서는 흙을 빚어 만든 추상 조각작품과 사진작업도 볼 수 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의 작품세계 속 미묘한 변화의 모습들이 관찰된다.

현재로 가까워올수록 그림 속 형체는 점차 희미해지고 간결해지는 반면, 모노톤의 캔버스는 푸른 빛과 노란 빛 등으로 조금씩 환해진다. 존재의 허무에 대한 생각으로 오랫동안 무채색을 고집해 왔다는 그는 "살아있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겠다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친근한 색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작업하고, 밥 끓여먹고, 후배들과 농담하고, 가끔 바둑도 두고, 그렇게 지낸다"면서 "대단한 명작을 내놓겠다는 사명감이 아니라 연애편지를 쓰는 것 같은 마음으로 작업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7일까지, (02)2287-3500. 한편 파주 헤이리의 공간퍼플에서는 경주 분황사를 소재로 한 그의 설치작품이 연말까지 전시된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