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싶은 질병'으로 꼽히는 치질과 요실금의 명암이 갈렸다. 오는 10월부터 확대되는 민영의료보험(실손보험) 보장대상에 치질은 포함된 반면, 요실금은 빠진 것이다. 쉽게 말해 앞으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치질 치료를 받으면 보험금을 지원받는 반면, 요실금 치료에는 지원이 없다는 얘기다. 이유가 뭘까.
3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실손보험 보장대상 확대 논의 과정 내내 두 질병의 포함여부는 첨예한 이슈였다.
치질은 전체 성인의 절반 가까이, 요실금은 성인여성의 4분의1이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 대상자가 많은 만큼, 가급적 보장대상에 포함시키려는 당국에 맞서 보험사들은 마지막까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이유는 가입자에게 속기 쉽다는 것. 보통 질병 관련 보험은 보험사들이 가입자의 과거 병력(病歷) 등을 따져 가입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부끄러움' 때문에 평소 병원에 가기도 곧잘 꺼리는 두 질병은 가입자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이상, 병력을 알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 만큼 보험가입자가 맘만 먹으면, 치질이나 요실금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사실을 숨긴 채 실손보험에 가입할 가능성(도덕적 해이)이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은 보험금지급이 늘어나 손해율이 크게 올라갈 수 있는 만큼, 두 질병을 보장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끝까지 반대했던 것이다.
결국 운명을 가른 건, '크게 덴 적이 있느냐'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요실금의 경우, 과거 요실금 보장 보험을 팔았다 대거 손실을 본 생명보험사들의 반발이 워낙 거셌다"며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에 가입하는 고의적 역선택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전체 보험료가 올라가는 부작용도 우려됐다 "고 전했다.
실제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1990년대 말 최대 500만원까지 보장하는 요실금 보장보험을 대량 판매했다가 최근까지도 곤란을 겪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로 치료기간과 비용이 크게 줄면서 가입자들의 치료가 잦아진데다, 일명 '이쁜이수술'(회음부 성형)을 받고 요실금을 치료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치질은 ▦요실금보다 상대적으로 치료비용이 적어 보험사의 부담이 덜한데다 ▦치료과정이 훨씬 고통스러워 보험금을 노리고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 그래서 실손보험의 신규보장대상에서 요실금은 빠지고 치질은 포함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후문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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