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팸셀녀(女)' 아세요.
신상녀 완판녀 엣지녀 완소남 토이남 등 온갖 여(女)와 남(男)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번 가을엔 팸셀녀가 떴다. 팸셀녀는 패밀리세일만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실속파 여성 쇼핑족을 일컫는다.
올해 유난히 팸셀녀의 활약이 많은 이유는 불황 탓. 경기 침체로 재고 부담을 덜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패션업체들과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트레이딩다운(Trading downㆍ하향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필요가 패밀리세일에서 서로 접속한 탓이다.
가을 상품이 속속 선을 뵈는 신상 시즌이지만 요즘 쇼핑가의 화제는 단연 패밀리세일이다. 패밀리세일은 패션업체들이 재고 소진과 사원 복지 차원에서 회사 직원들에게 제철이 지난 재고 상품을 싼 값에 판매하는 특별 할인 행사다. 그런데 올해는 직원 및 그의 가족으로 한정됐던 대상이 '초대장만 갖고 있다면 누구나 다' 수준으로 변했다.
초대장은 인터넷에 공공연히 돌아다니고 쿠폰 형태의 초대장도 수천 장씩 뿌려지기 때문에 애초 이용 자격 제한이라는 의미는 없어진 지 오래. 유명 럭셔리브랜드 및 패션기업의 패밀리세일 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아울렛매장 하이브랜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업체들도 일반인들의 입장을 용인하는 형편이라 일반인 대상의 떨이 행사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패밀리세일의 문턱이 한껏 낮아지고 보니 관련 정보만 전문으로 다루는 인터넷 카페도 생겼다. 원래 영화 정보 블로그로 출발했던 프레스박스(http://cafe.naver.com/pressbox)는 4월 카페명을 아예 패밀리세일로 바꾸고 각종 브랜드의 세일 정보를 제공 중이다. 불과 4개월 사이에 회원 수가 5,600명을 넘어섰다.
또 다른 카페 피치슬립(http://cafe.naver.com/peachslip)도 패밀리세일 정보를 전문으로 다룬다.
패밀리세일이 백화점 세일, 가격 인하, 아울렛 소진에 이은 또 하나의 재고판매 행사로 자리잡은 데다 출중한 현금 동원 능력까지 입증되면서 브랜드들의 시각도 예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최근 두산(폴로) EXR코리아 LG패션 펜디코리아(예정) 등의 패밀리세일을 진행한 서울 양재동 aT센터 관계자는 "불황이라 패밀리세일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올해 들어서는 5~7일 만에 보통 1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며 "입 소문이 나면서 예년엔 7, 8월에 몰려 있었던 행사가 올해는 9월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체들은 예전엔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호텔이나 회사 내 쇼룸을 빌려 길어야 2, 3일 동안 쉬쉬하며 패밀리세일을 치렀지만 요즘은 보통 5, 6일 간 외부의 대형 전시장을 빌려 적극적인 고객유치전을 펴면서 행사를 개최한다. 화장품업체 로레알그룹의 경우 예전엔 초대장을 오리지널본만 인정했지만 가장 최근 열린 행사에서는 복사본도 인정했다.
2일부터 양재동 aT센터를 빌려 수입브랜드를 포함한 전 브랜드의 첫 외부 패밀리세일 행사를 벌이고 있는 LG패션은 홈페이지에서 세일 초대장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접속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가족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패밀리세일에 나오는 물건은 통상 마지막 떨이 상품들이다. 할인과 아울렛 등을 다 돌고서도 안 팔린 상품들이라 균일가로 판매하거나 50~90%까지 할인해서 판다.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품목들을 1만, 2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제는 초청장이 엄청나게 뿌려지는 만큼 개장한두 시간 전부터 이미 200~300명은 족히 줄을 서 기다릴 만큼 입장객들도 많다는 것, 그리고 싼 가격과 경쟁적 분위기에 휘말리다 보면 지름신 내림으로 두고 두고 후회할 수 있다.
한 온라인 카페에 올려진 패밀리세일 공략법중 가장 마지막 조항은 '반드시 정신 줄 챙기기'이다. 처음부터 구매 한도를 정하지 않고 충동구매를 하면 카드 몸살을 앓기 십상이라는 뜻일 게다.
● 패밀리세일 공략법
1. 마스크는 꼭 챙긴다
현장은 수만 점의 의류와 그걸 들쳐대는 수백 명의 인파로 인해 먼지투성이다. 절대 어린이를 동반하지 말고, 마스크를 꼭 챙겨갈 것.
2. 개장 1시간 전에 도착한다
먼저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 법. 브랜드 명성에 따라서는 이미 수백 명이 줄을 지어 서 있을 지도 모른다.
3. 월남치마를 입거나 커다란 보자기를 가져 간다
현장에는 피팅룸이 없거나 있는 경우도 매우 적다. 풍성한 월남치마를 입고 가면 하의류를 즉석에서 입어 볼 수 있고 상의를 망토처럼 걸쳐 입어 보는 것도 가능하다. 친구들이 같이 가면 커다란 보자기를 가져 가서 서로 둘러쳐 줘도 좋다.
4.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사이즈 불문 일단 잡아라
누가 먼저 잡느냐가 승부처다. 많이 들고 다닌다고 뭐라는 사람 없으며 최종 결정은 계산대 앞에서 할 수 있다.
5. 조립형 행거가 있으면 좋다
입장하자마자 조립형 행거를 펼친 뒤 행거를 끌고다니며 맘에 드는 물건은 우선 걸어 둔다. 물건을 잡아챌 팔 두 개가 옷 더미에 파묻히지 않고도 쇼핑을 마칠 수 있다.
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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