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뮤지컬 스타 브래드 리틀(44)을 앞세운 '지킬 앤 하이드'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관객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킬과 하이드의 1인 2역을 맡은 리틀이 2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에서 성대 이상을 이유로 갑작스레 출연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리틀은 전날에는 노래 'The Way Back'을 부를 때 무대 뒤 대역의 목소리에 맞춰 립싱크를 하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리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예매를 하고 기다려왔던 관객들은 공연장에 도착해서야 커버(대역 배우)로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항의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기획사인 트루뮤지컬컴퍼니 측은 공연 당일에야 예매 사이트와 홈페이지에 리틀의 출연 취소 사실을 공지, 대부분의 관객들은 주인공 교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
리틀을 대신해 무대에 선 배우의 기량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는 환불을 요구하거나 공연 내용에 실망을 표한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아직 공연 초반임에도 립싱크에 이어 출연 취소 사태까지 벌어지자 기획사에는 리틀의 향후 출연 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장기간 이어지는 뮤지컬 공연에서 주역 배우가 컨디션 문제로 무대에 서지 못하는 일은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이번 일은 예견된 것이라는 게 공연 관계자들의 말이다. 스타 1명만을 앞세운 무리한 기획이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리틀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브로드웨이 공연을 포함, 주인공 팬텀 역을 2,300여 차례나 소화한 정상급 배우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으며 흥행을 이끌었고, 이듬해 단독 콘서트를 열었을 만큼 팬층이 두껍다. 이번 공연의 경우 기획 자체가 리틀의 출연을 위한 것이었고, 마케팅의 초점도 리틀에게 맞춰졌다.
그러다 보니 개막 전부터 리틀의 인지도에 의존해 급조된 프로덕션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도 엄밀하게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브로드웨이 초연 출연배우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싱가포르 등의 투어를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프로덕션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1인 2역을 소화하는 '지킬 앤 하이드'는 주인공의 비중이 어떤 작품보다 높다. 선과 악을 오가는 연기를 펼쳐야 하기에 난이도도 높다. 그런데도 이번 공연은 리틀의 단독 캐스팅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서울 공연은 9월 20일에 끝나지만, 이후에도 한 달여 동안 전주, 대전, 대구 공연이 이어진다. 누가 봐도 무리한 일정이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는 "브래드 리틀 때문에 성사된 공연인데 그가 출연하지 않는다면 콘서트에 가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무리한 기획으로 인해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나왔던 립싱크까지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트루뮤지컬컴퍼니 측은 원칙적으로 환불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추후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병락 공동대표는 "브래드 리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출연 취소와 공지가 미흡했던 점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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