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부자가 될 것 같지 않은 사람 100명을 엄선, 부자로 만들어 보이겠다."
TV 오락 프로그램에 흔히 등장하는 음식점 컨설팅 이야기가 아니다. 대학교수가 뜻을 같이하는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가난한 이웃을 실제로 부자로 만들어 보임으로써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성공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부자의 기준은 뭐냐고? 현금 10억원을 포함해 개인 자산 50억원 이상이다. 현대의 미다스를 꿈꾸는 국내 부자학의 창시자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났다.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는 왜 하나.
"부자학 연구학회를 창립한 지 이달로 2주년을 맞는다. 존경받는 부자가 많은 사회를 만들자는 창립취지를 받들어 그간 부자들의 생활 습관, 자녀 교육, 재테크 등 다양한 연구 서적을 내놓았지만 이제 실제로 부자를 만들어 냄으로써 부자의 꿈이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줘야 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개인 자산 50억원이 넘어야 부자라는데 어떻게 만드나.
"한가지 확실한 건 경제적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지가가 돈을 줘서 부자로 만드는 건 의미 없다. 부자 희망자 1명당 5~10명의 학회 내·외부 전문가들로 프로젝트팀을 꾸리고 부자가 되기 위한 정보 지식 공간 일거리 등 모든 지원을 해서 매년 5~10명씩 10년 간 100명의 부자를 만들려고 한다. 벌써 금융계, 경영학계, 부동산 전문가, 부자, 종교계 등 다수의 전문가들이 팀원에 합류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원자는 많은가.
"자기 아버지를 지원자로 신청한 여대생도 있고 부자였지만 완전히 망해 빈털터리에다 알코올중독으로 고생하는 친척을 소개한 대학교수도 있다. 신청자들은 학회원들의 심사를 거쳐 연말께 선정되고 2010년 1월 본격적으로 부자 만들기를 시작한다."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은.
"두세 명 부자 만드는 것은 쉽다. 정부가 운영하는 소자본창업지원 같은 프로그램을 몰라서 이용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패한다 해도 경험은 축적될 것이고 지원자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접하는 기회를 가지니 나쁘지 않다. 중요한 점은 부자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는 것, 그리고 사회 공헌을 할 줄 아는 부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참가자도 일정 궤도에 오르면 당연히 사회 단체에 기부하게 될 것이다."
-부자학에 집중하는 이유는.
"2000년대 막 들어서 두 명의 여학생이 계기를 만들어 줬다. 한 명은 평소 샤넬백을 들고 다니며 집안의 재력을 과시하던 학생이었다. 어느 날 동료 교수가 학비 마련이 어려운 학생이 있으니 장학금 혜택이 있는 인턴십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해서 그렇게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명품족 여학생이었다.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그 여학생 말이 외환 위기로 집안이 폭삭 망했는데도 자존심 때문에 가면을 쓰고 살았다는 것이다. 다른 한 명은 아주 빈곤한 집안의 여학생이었다. VIP마케팅 수업을 듣던 학생인데 어느 날인가 '교수님이 한 장에 수십만 원짜리 브랜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역겹다'고 하더라. 부유층에 대한 극심한 적대감과 과민한 동일시가 이뤄지는 현상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부자에 대한 인식, 부자들 자신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부의 축적 과정에 문제가 있는 부자도 많은데 부자학이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닌가.
"부의 속성을 간과하기 때문에 나오는 비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는 깨끗하기만 해서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명한 미국 케네디 가문도 미국의 금주령 시대에 밀주를 만들어 팔아 부를 축적했다. 앞의 두 여학생 때문에 2006년에 처음 서울여대에 부자학연구센터를 개소하고(당시 사재 2,000만원을 털었다) 부자학 강의를 개설했는데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했다. 보통 교양강좌 수강 인원은 60~80명이지만 이 강의만은 정원을 350명으로 늘려야 했다. 또 고려대(서창캠퍼스) 단국대 대전대 등 6개대에도 강좌가 개설됐다. 그만큼 부자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면 부의 속성을 이해하고 가능한 건전하게 성취하되 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부자들의 반응은.
"부자학 강좌를 시작한 이후 4년여 동안 단독으로 진지하게 만난 부자만 족히 1,000명이 넘는다. 그들 중에는 부자학연구학회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고, 돈 달랄까 봐 지레 방어벽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자기 인생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다. 일단 부를 일구면 명예를 얻고 싶어한다. 그들이 현명하게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도 학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부자들은 벌써 이번 프로젝트의 후원자로 참가하기로 했다."
-가장 인상에 남는 부자는.
"자영업으로 재산을 모은 자산가인데 400억원 가까운 돈을 아들이 다니는 대학이 아닌 다른 대학에 기부했다. 그 아들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이유를 '더 훌륭한 대학이니까'라고 당당히 말하더라. 또 다른 자산가는 지갑에서 메모장를 꺼내 보여 주는데 백화점 쿠폰북을 잘라서 스테이플로 박아 만든 것이었다. 물론 질이 떨어지는 부자도 있다. 창립 2주년 기념식(17일 예정)에 봉사부자상을 시상하는데 국내 10대 재벌 중 한 곳의 사장이 은근히 '대상을 받고 싶다'는 뜻을 비치길래 안 된다고 딱 잘랐다. 이번 기념식에서는 모두 16명의 부자에게 시상하지만 상의 높고 낮음은 없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부자인가.
"노 코멘트. 단 성북동에 살고, 부자 친지들은 꽤 된다."
● 한동철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서울대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에서 각각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소 경영실장을 지내고 유통과 VIP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다 2004년 서울여대에 개설한 부자학 강의가 최고 인기 강좌로 자리를 잡으며 부자학 열풍을 이끄는 주인공이 됐다. 2007년 부자학연구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이며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 개론> <부자마케팅관리> <내 아이 부자 만드는 교육은 따로 있다> <부자 매뉴얼> <부자학> 등 다수의 저작을 내놓았다. 부자학> 부자> 내> 부자마케팅관리> 부자도>
글·사진=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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