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윤경자(63ㆍ여)씨는 최근 미국에서 위암 판정을 받은 뒤 급히 귀국해 서울대병원으로 달려가 수술을 했다.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는 미국 현지 수술도 고려했지만 굳이 한국에서 수술을 한 이유는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메디컬스쿨) 외과 교수로 있는 아들 샘 윤씨의 권유 때문이었다. 윤 교수는 위암 발병률이 높은 한국의 의료 기술이 미국보다 뛰어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리 혈관이 막히는 혈관색전증을 앓던 러시아의 한 정형외과 의사(62)는 최근 현지 병원에서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의사는 동료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6월 삼성서울병원에서 대퇴부 혈관우회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외 환자 유치가 허용된 5월 이후 3개월간 국내 병원을 찾은 해외 환자(건강보험 미적용 외국인)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작년 5~7월 3,662명이 한국을 찾았던 데 반해 올해는 신종 플루 유행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1,200명이 많은 4,893명이 한국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건강 관련 여행 수입도 덩달아 늘어나 작년 상반기 3,090만 달러에서 4,050만 달러로 31% 증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외환자 유치허용 이후 민관의 해외 의료마케팅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이대로라면 올해 외국인 환자 5만 명 유치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월 정부의 해외환자 유치 허용 발표 이후 대형 병원들은 국제진료소와 외국어 홈페이지를 열었고, 개인병원들은 관광상품과 연계한 의료상품을 개발하는 등 해외환자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의료선진국으로 알려진 싱가포르의 심장전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찾는가 하면, 인하대병원에는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다 미국으로 돌아간뒤 현지에서 과민성 대장증상 판정을 받고 치료를 위해 다시 한국을 찾은 환자도 있었다.
한편 외국인 환자 유치활동을 위해 8월 말 현재 복지부에 등록한 의료기관은 931개로 의원급이 514개(55.2%)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의원급 가운데는 피부과 159개, 성형외과 122개로 가장 많았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