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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개각/ 鄭총리 후보자 발탁 배경… 충청 잡고 중도 잡고 잠룡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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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개각/ 鄭총리 후보자 발탁 배경… 충청 잡고 중도 잡고 잠룡 잡고…

입력
2009.09.0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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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지명에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그의 진보∙개혁 성향은 현정권과는 이념적으로 거리가 있다. 그는 2007년 대선 때 민주당 대선주자로 거론됐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기 내각을 이끌 사령탑에 정 후보자를 지명한 데에는 여러 가 지 정치적 이유가 들어 있다. 외형적으로 화합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 외에도 정 후보자가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구도를 어느 정도 흔들 수 있는 '다목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먼저 개혁 성향인 친 민주당 계열 인사의 기용으로 통합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점이 고려됐다. 이를 바탕으로 이 대통령이 내건 중도∙실용 정책의 기치를 보다 드높일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충청 출신으로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던 정 후보자의 정치적 자산가치가 높이 평가됐다.

여권 입장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미 무산된 '심대평 총리 카드'를 놓고 자유선진당과 갈등을 빚는 와중에서도 굳이 충청 카드를 다시 선택한 것은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 후보자가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군에 합류할 가능성을 감안해 대선경쟁의 다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주체제였던 차기 대선 경쟁 구도에 정 후보자가 끼어들 경우 정몽준 최고위원 등 다른 대선주자들의 운신 공간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이계와 친박계 인사들은 "정 후보자가 박 전 대표를 어느 정도 견제하는 효과를 낳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후보자는 이번에 물러나는 한승수 총리와 달리 정책 집행에 있어서 광폭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개각을 계기로 집권 중반기에 강력한 국정운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정 후보자는 이에 따라 중도실용 및 친서민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 후보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현 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그가 과연 이 대통령이나 한나라당 등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겠느냐 하는 점에서다. 결국 그가 당∙정∙청의 정책을 얼마나 원만하게 조율하느냐에 이명박 정부 집권 2기의 성패가 달려 있다.

또 기존의 장관을 포함한 5명의 한나라당 출신 각료들이 당청 가교역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여의도 정치권과의 소통이 강화될 전망이다. 정무 업무를 주로 맡는 특임장관을 신설한 것도 여의도에 다가가려는 이 대통령의 구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일찌감치 화합과 통합, 개혁이라는 인사 원칙을 세운 뒤 비(非) 영남권 총리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호남 및 충청 출신을 놓고 고심하다가 결국 충청 카드를 택했다. 개각이 늦어지면서 한때 '박근혜 총리설'이 근거 없이 나돌기도 했다. 정 후보자가 유력 후보로 떠오른 뒤 여권 일부에서 반론도 있었으나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이 정운찬 카드에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당초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에게 보내 총리직을 타진했으나 '심대평 카드'가 무산된 지난 주말쯤 정운찬 카드로 선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일 오후 개각 명단이 확정된 직후에 정 후보자가 최종 수락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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