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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눈치 보는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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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눈치 보는 노동부

입력
2009.09.0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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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발표를 하루 미루라고 하니 어쩔 수 없다."

노동부가 3일 예정됐던'비정규직 해고 실태조사결과'발표를 4일로 늦추면서 내세운 변명이다. 고위 관계자는 "당 윗선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서 부득이하게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8월 중순 전국 1만1,000개 표본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비정규직 실태결과 발표를 수 차례 미룬 끝에 이날 오전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동부가 결과발표를 지연시킨 당사자로 지목한 한나라당은 펄쩍 뛰었다.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안 원내대표는"나도 모르는 일인데 당에서 누가 발표를 미루라고 했냐"고 반문했다. 당 비정규직 대책 TF팀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도 "2일 저녁 노동부에서 갑자기 연락이 와서 발표를 미루겠다고 했다"며 노동부와 정반대의 얘기를 했다.

논란이 커지자 노동부는 이날 오후 한나라당을 찾아 주요 당직자에게 비공개로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앞서 오전에는 청와대 보고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가운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노동부가 지나치게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노동부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당초 비정규직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해고대란이 온다고 했는데 정작 결과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노동자가 절반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이미 나온 결과를 움켜쥐고 있을수록 결과를 조작하려 한다는 오해만 살 뿐이다. 오히려 그 시간에 '무늬만 정규직'이 양산된 것은 아닌지, 또 다른 통계상 오류는 없었는지를 살피는 게 생산적이지 않았을까. 정권 실세 중 실세로 알려진 임태희 노동장관 후보자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궁금하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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