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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빨간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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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빨간 구두

입력
2009.09.0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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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 맨발과 비슷해지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왔다. 거기에 기능의 극대화를 꾀한다. 그 결과 인텔리전트 신발이 등장했다. 하지만 백화점의 한 층을 차지한 구두점들을 돌아다니면서 든 생각은 여성의 구두만큼은 이 사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샌들 하나를 사려는 동생에게 근 두 시간째 끌려다니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

왜 구두점의 판매원들은 대부분 남자인가. 그들은 구두를 골라주고 신겨준다. 이쁜지 아닌지 코멘트도 잊지 않는다. 동생이 수많은 구두를 신고 벗는 동안 우리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발이 아팠던 구두 생각을 하면 늘 동화 '빨간 구두'가 떠오른다. 동생의 구두를 봐주러 따라온 우리가 무색해질 만큼 점원들은 열심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알까. 여자의 발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을. 동병상련이라고 여자 점원이었다면 좀 달랐을 것도 같다. 아무래도 구두점에 남자 직원들이 있는 건 남성의 시각에서 가장 예뻐보이는 구두를 골라주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동생은 우리의 의견보다 점원의 말을 따라 구두를 골랐다. 이 참에 구두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물었다. "혹시 편안한 구두는 없을까요?" 그는 냉큼 다른 구두점을 가리켰다. 거기엔 간호사들이 즐겨 신어 간호사 신발이라는 별명이 붙은 신발들이 있었다. 예쁘거나 편안하거나. 나는 또 갈림길에 섰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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