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슈라이어(56)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 김태완(49) GM 대우 디자인부문 부사장, 알레한드로 메소네로(41) 르노삼성 디자인총괄 상무.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최고의 자동차 디자인 학교로 불리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쏘울, 쏘렌토R,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등 국내 완성차가 최근 내놓은 신차를 디자인한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이들의 머릿속에서 나온 자동차는 기존 차량에 비해 디자인이 한단계 높아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들이 그려낸 차들이 거리에 쏟아지면서 우리나라 도로도 이제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는 화려해졌다.
이들은 국내 완성차 업계간의 디자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각 회사의 수장을 자임하며 더 좋은 자동차 만들기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기아차. 2006년 8월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이 과감하게 아우디를 거쳐 폴크스바겐 디자인 책임자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다. 현존하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그가 기아차로 옮겼다는 자체가 세계 자동차 업계의 뉴스의 됐다.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그의 손을 거친 로체 이노베이션, 포르테, 쏘울은 신차 3총사로 불리며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 4,192억원의 1등 공신이 됐다. 일부에서는 '슈라이어 효과'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의 손길 덕택에 그동안 기술력은 있으나 제품의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기아차에 대한 평가를 단숨에 날려 버렸다.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철학은 한마디로 '감성을 바탕으로 한 직선의 단순한 아름다움'이다. 이 같은 그의 철학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박스형 크로스오버(CUV) 쏘울에서 제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기아차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며 한 달에 한번 정도 한국에 들려 기아차의 디자인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GM대우의 김태완 부사장은 한마디로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디자이너. 국내 자동차 디자인 부문에서는 전설로 불린다. 영국과 일본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했던 그는 '동서양의 감성을 자동차라는 디자인에 투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피아트의 3총사로 불리는 친퀘첸토(Cinquecento), 푼토(Punto), 두카토(Ducato)가 모두 김 부사장의 작품이다.
그는 2006년 GM 대우로 옮긴 뒤 라세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등의 디자인을 지휘했다. GM 본사에서도 'GM의 소형차는 김 부사장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고 할 정도로 위치가 확고하다. 지난해 파리모터쇼에 GM 대우 디자인센터가 주도해 출품한 다목적 차량 '시보레 올랜도'는 찬사를 받으며 GM의 전략 차종으로 선택됐다. 김 부사장은 "내 디자인 철학은 즐거움"이며 "차를 보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디자인 때문에 즐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알레한드로 메소네르 상무는 94년부터 폴크스바겐, 아우디에서 근무, 슈라이어와 한 솥 밥을 먹기도 했다. 2001년부터 르노로 옮겨 클리오(Clio) 3, 라구나(Laguna) 3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중형 세단인 르노의 라구나는 올해 연말께 르노삼성이 내놓을 SM5의 후속모델의 모체가 될 것으로 알려져 그의 행보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계적으로 완성차 업체간 품질 격차는 줄어 들고 있다"며 "결국 디자인에서 승부가 날 수밖에 없어 세사람의 경쟁은 보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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