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위기의 파장을 감안해 성장률 목표치를 낮추고 재정균형 시기도 늦춰 잡은 2009~2013년 재정운용계획을 내놓았다. 쉽게 말하면 '7ㆍ4ㆍ7 공약'의 포기, 좋게 말하면 현실화다. 글로벌 경제가 일제히 수축되는데 우리만 어리석게 꿈같은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애써 맞춘 수정 목표와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양치기 소년'꼴이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5년 단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제출된 2008~2012 계획의 경우, 연 7% 성장은 어려워도 2012년엔 그 근처로 끌어올리고 그 때까지 균형재정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계획에선 2013년까지의 성장률이 5%를 넘기 어려움을 인정하고 재정균형 시기도 사실상 2014년으로 미뤘다. 또 2012년 30.9%로 낮추겠다고 했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35.6%로 높아지는 것을 감안, 40%를 상한선으로 잡고 2013년에 30% 중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미 깨진 일자리 공약과 이번 계획만으로도 정부는 신뢰를 크게 상실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지금 재정구조로는 5년 내에 성장과 균형재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벌여놓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많고 서민지원ㆍ복지 수요는 급증하는데 세입구조는 감세와 증세가 뒤섞여 뒤죽박죽이다. 하반기 경기부양 재원이 부족해 공기업의 내년 사업분을 앞당기는 편법까지 쓰는 처지인데 매년 누더기가 되는 이런 재정계획을 왜 고생스럽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