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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전도사로 활약하는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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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전도사로 활약하는 CEO들

입력
2009.09.0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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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 탓일까? 2000년 이후 줄어들던 성인 남성 흡연율이 최근 다시 늘고 있다. 불 경기로 인한 스트레스가 직장인의 금연 결심을 흔든 것. 이에 CEO들이 나섰다. 작심삼일(作心三日) 식 겉치레 금연 캠페인이 아닌 CEO가 팔을 걷어 부치고 금연 캠페인을 만들어가고 있다.

직원들의 흡연이 근무 환경을 나쁘게 하고 생산성 또한 악화시킨다는 우려에서다. 효과적인 금연 캠페인을 위해 CEO들은 직원 가족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거나 파격적 상금을 당근으로 제시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채찍을 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소통과 상담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흡연 경력 22년의 애연가인 한독약품 김모 차장의 아내는 지난 달 회사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한독약품은 직원의 건강한 삶이 곧 가족의 건강이자 건강한 회사 생활이라는 생각에서 6월 금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김 차장님께서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김 차장님이 금연을 통해 가족에게 건강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생명의 약속'을 하고 스스로와 싸움에서 승리한 '스모크 프리리더(Smoke Free Leader)'가 되길 기원합니다."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이 회사 김영진(53) 회장이었다. 사내 금연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금연 캠페인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 가족들에게 보낸 것이다. 전 직원 금연을 향한 CEO의 의지에 가족의 마음을 더해 직원들이 반드시 금연에 성공하도록 만들기 위한 김 회장의 소통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편지 발송 전 46명에 불과했던 캠페인 참가자가 91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김 회장은 직원들과 이메일, 사내 인트라넷 등을 통해 끊임 없이 소통하며 금연 캠페인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의사 출신 임원이 흡연 직원에게 금연을 주제로 강의하고, 부서장들은 직원들의 금연 진행 상황을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2주일 마다 금연에 성공한 직원의 사례를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 다른 금연 캠페인 참가자들을 독려하기도 한다.

LG 이노텍 허영호 사장(57)은 2007년부터 자신의 금연 경험 담을 살려 금연을 결심한 직원에게직접 금연 상담을 하고 있다. 사내 흡연실에 '금연, 힘드시죠? 앞날은 더 피곤합니다. 벗어나고 싶으십니까? CEO가 도와드립니다' 라는 문구를 붙여두고 직원들의 자연스런 참여를 이끌고 있다. CEO가 직접 전달하는 금연 노하우와 격려로 인해 직원의 금연 참여율이 높아짐은 물론 임직원 사이에 커뮤니티를 만드는 효과까지 얻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포상만큼 좋은 것은 없다

전자 부품 도금업체 정우이지텍의 김정진(58) 사장은 금연에 대한 포상으로 직원의 금연 참여를 이끌었다. 10만원에서 시작한 금연 포상제는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실패를 거듭하던 김 시장은 이번에는 가족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흡연을 하는 직원들의 부인들에게 20만원씩을 건네며 금연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고, 외부 강사를 초청해 금연 교육도 했다. 김 사장은 회사가 분사(分社)하던 2004년 1억 원의 상금을 걸고 금연 조건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 결과 현재 정우이지텍 영업부 31명 중 1명을 뺀 30명이 금연에 성공했다.

인사, 벌금 채찍으로 독려한다

이번 달부터 임직원의 금연을 강제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한 웅진그룹 윤석금(64) 회장은 앞으로 정기 검진 때 흡연 측정기와 혈액검사 등을 통해 임직원의 흡연 여부를 적발, 이를 그룹 인사고과시스템인 KPI(Key Performance Index)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했다.

웅진은 전 직원의 금연 기준을 근무지 외 사적 공간을 포함한 '완전금연'으로 제시하고 실패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전 계열사 본부장 이상 임원들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모든 임직원의 금연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 윤 회장의 목표다.

하나대투증권 김지완(63) 사장도 지난해 취임 후 첫 임원 회의에서 금연을 하지 않는 임원과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이후 김 사장은 재차 금연을 강조하며 임직원의 금연을 독려하고 있고 임원들 사이에선 금연 노하우를 서로 전수할 정도로 금연 열풍이 불고 있다.

휴대폰 부품업체인 파트론의 김종구(60) 사장은 신입 사원을 뽑을 때 흡연자는 아예 제외한다. 또 강력한 벌금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처음 10만원으로 시작한 벌금은 100만원을 거쳐 현재 연봉의 3분의 1을 감봉하기에 이르렀다. 파트론 직원의 연봉이 대기업 수준임을 놓고 볼 때 흡연이 적발 되면 약 1,000만원의 벌금을 내는 셈. 김 사장의 강력한 금연 규제책은 직원들의 금연으로 이끌었고 현재 휴대폰 부품 업계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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