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출판사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 저자들이 제기한 저작인격권 침해정지 청구소송의 판결 취지는 간단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과서 내용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수정을 지시해도 저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출판사는 임의로 내용을 고칠 수 없고, 나아가 저자가 끝내 수정을 거부할 경우에도 교과부는 다만 검정합격 취소나 발행정지를 명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판결은 저작권, 더 정확히 하자면 저작인격권의 법적 보호범위와 한계에 국한한 판단
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판결 취지를 넘어 교과서 내용의 적합성 여부나 현행 검정시스템의 문제 등과 연계 지으려는 시각은 경계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 측이 '교육의 중립성'이나 '학문의 자유ㆍ양심'등을 운위하는 것은 재판 결과에 대한 적절한 언급이라고 할 수 없다. 저자들이 집필한 그대로의 수정 이전 교과서 내용이 과연 그렇게 공정하고 중립적이었던가 하는 대목은 또 다른 판단의 문제다.
정부와 출판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행 역사교과서가 국정이 아닌 검정제도를 채택한 취지를 다시 상기해보기 바란다. 검정교과서는 어느 정도 집필자의 자율성과 융통성을 보장하되 선택은 학교와 학생에게, 다시 말해 시장에 맡기는 제도다. 이번처럼 출판사가 저자들의 수정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면 당연히 교과서 제작을 포기하고 시장에서 깨끗이 철수하는 것이 맞다. 교과서 기술에 지나치게 경직된 기준을 요구하고, 또 출판사가 무리하게 책을 고쳐 펴내는 과정에 외부 압력이 있었다면 검정교과서의 취지를 이해 못한 당국의 책임이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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