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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루어낚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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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루어낚시 2

입력
2009.09.0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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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바닥의 크고 검은 눈동자 한 쌍이 벌레 모양의 루어를 숨죽이며 쳐다보고 있었다. 하늘거리며 잠영하던 루어가 바닥에 닿으면서 멈추는 찰나, 검은 눈동자의 주인인 배스가 특유의 공격성을 발휘, 미끼를 빨아들였다.

물 밖에서는 검푸른 물 아래의 일을 알 도리가 없다. 낚싯줄을 타고 전해지는 진동으로 가늠할 뿐. 그러나 '툭, 툭'거리는 진동은 배스가 입질하고 있음을 분명히 전해 주고 있었다. 낚싯대를 재빠르게 위로 들자 대가 90도로 휘면서 요동쳤다. 챔질 성공.

'드드득' 소리를 내며 드래그(Drag·줄이 끊기거나 낚싯대가 부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저항 이상이 걸리면 줄이 서서히 풀리도록 하는 장치)가 작동했다. 릴 앞부분 드래그 조절 손잡이를 어느 정도 조여 놓았는데도 줄이 풀리는 것으로 미뤄 꽤 강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놈이 안간힘을 쓰면서 수심 깊은 곳으로 도망할 때는 낚싯대를 지면과 수직이 되도록 세운 채 버티다가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줄을 감았다. 이러길 수차례, 놈의 힘이 빠진 듯했다. 그러나 기자의 착각이었다. 놈은 바늘을 털어 내려는 듯 몸서리 치며 3~4m 앞에서 수면 위로 힘차게 솟구쳤다.

녹청색의 등줄기, 허연 배를 드러냈다가 물방울을 요란하게 튀면서 다시 잠수. 얼핏 보기에도 족히 40cm는 됨직했다. 5분여의 사투로 기자는 녹초가 됐다. 팔 다리도 꼼짝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놈을 반드시 잡고 싶었다. 부르르 떨리는 팔로 줄을 당겼다. 어라, 죽 달려 왔다. 얼른 뜰채로 잡아챘다. 그 대물이 드디어 기자 손에 들어온 것이다. 아직도 파닥거리고 있었다.

1일 기자는 배스를 낚기 위해 경기 용인시 기흥구 기흥저수지를 찾았다. 충남 서산시 대호만이 던지면 물리는 덕분에 입문자들을 위한 '배스낚시 신병훈련소'로 불린다면 이곳은 '배스낚시 유격장'이다. 총 면적 2.2㎢, 남에서 북으로 3㎞ 가량 길게 뻗은 저수지 연안으로 30여곳의 포인트가 산재하기 때문이다.

포인트 대여섯 곳만 돌아다녀도 기진맥진하기 일쑤다. 그래도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일단 물었다 하면 대물'이라는 꾼들의 귀띔 때문이었다.

대물과의 만남까지는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오전 7시 낚시를 시작해 점심도 거르고 꼬박 12시간 포인트 대여섯 곳을 찾아 헤맨 끝, 석양 무렵에야 녀석을 봤다.

오전 낚시는 헛방이었다. 끝이 낭창거리는 라이트(light) 액션의 낚싯대로는 바닥에 가라앉은 루어를 살아 있는 벌레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대 끝을 10cm 정도 '톡톡' 움직이면 바닥에 가라앉은 루어도 딱 그만큼만 움직여야 하는데 낭창거리는 대 끝을 좀체 조절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루어와 바늘이 바닥 수초나 바위에 걸려 줄을 끊어 먹은 것도 부지기수였다. 경부고속도로 기흥IC를 벗어나 만나는 교차로마다 우회전하기를 3번, 1.5㎞ 가량 진행하다가 강동냉장 지나 좌회전해 닿은 곳, 기흥저수지 하류의 '물소리바람소리' 포인트에서 이런 식으로 오전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하루에 두 번, 일출과 일몰 중 한 번의 기회를 잃은 기자는 초조했다. 이럴 때는 현지 낚시가게에서 조언을 구하는 게 최선책. 저수지 상류, 관리소 건너편 '이지피싱'을 찾았다. 이 가게의 신원식 대표가 배스낚시 고수라는 입 소문을 들은 터였다.

신 대표에게 체면을 차릴 때가 아니었다. 인사를 나눈 직후부터 '배스낚시 초보인데 너무 어렵다' '오전 내내 입질 한 번 없었다' '혹시 저수지에 배스가 없는 것은 아니냐'는 등 온갖 하소연을 늘어놨다. 기자의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비를 본 신 대표, 빙긋 웃는다. "이 장비로는 안 되겠네요."

30여분에 걸쳐 수업을 들었다. 루어는 무엇을 써야 하는지, 낚싯대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등 주옥 같은 내용을 한 자라도 빠뜨릴 새라 기자는 수첩에 받아 적기 바빴다. 수업 후 신 대표는 평소 자신이 사용하던 낚싯대까지 흔쾌히 빌려주면서 "대한항공 기흥연수원 뒤편 나무 그늘에 가 보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후 1시를 넘었지만 한가롭게 점심을 먹을 때가 아니었다. 오늘 못 잡으면 기사도 없다는 강박이 밀려왔다. 서둘러 달려간 연수원 뒤편 포인트. 수풀을 헤치고, 물에 빠지는 수고로움은 대물을 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대수롭지도 않았다. 신 대표가 알려준 대로 루어를 묶어 던졌다. 바로 입질이 왔다.

꺽지의 입질이 가벼운 잽이라면 배스의 입질은 힘찬 스트레이트에 가깝다. 낚싯대를 곧추세워 챔질을 시도했지만 이미 늦었다. 약을 올리듯 20여m 전방 수면 위로 배스 한 마리가 튀어 올랐다가 사라졌다.

헛챔질만 수차례, 약이 바짝 오르는 동안 두어 시간이 허무하게 흘렀다. 주위에서 루어를 던지는 한 남성이 보였다. 루어가 날아가는 거리가 상당한데다 폼도 멋진 것이 고수였다. '구세주다'. 체면 몰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도움을 요뽀杉?

강원 인제군이 고향인 이인식(30ㆍ가명)씨는 10세 때부터 낚시를 했고, 배스낚시는 4년째란다. 배스낚시에 미쳐 여자 친구와도 결별했단다.

이씨의 안내를 받아 저수지 하류 수문 밖으로 이동했다. 씨알이 굵지는 않지만 잔 손맛이라도 보여 주려는 배려였다. 이씨는 "봄 모내기 이후 수문을 열지 않아 배출수가 고여 있는 수문 밖 물 웅덩이는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했다. 설명대로 폭 30m, 길이 60m, 수심 1~2m 정도의 물 웅덩이는 양어장이었다.

루어를 던지면 곧바로 입질이 왔고, 서투른 챔질에도 1시간여 만에 20cm급 배스를 두 마리나 잡았다. 크기는 작지만 짜릿한 손맛은 초보자에게 잊혀지지 않는 긴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마침내 대물에도 성공한 것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 배스낚시, 봉돌로 미끼의 수위 조절

배스낚시에 쓰이는 채비는 셀 수 없이 많다. 미끼가 가라앉는 정도로만 분류해도 크게 수면, 중층, 바닥으로 나뉘며 각 분류마다 쓸 수 있는 루어가 수십 종에 이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기자가 기흥저수지에서 40cm급 1마리와 20cm급 2마리를 낚은 루어는 모두 '스플리트 샷(Split shot)'이었기에 이 채비를 소개한다.

스플리트 샷은 바늘보다 윗부분의 낚싯줄에 봉돌을 다는 형태다. 무거운 봉돌이 바늘에 달린 웜(Worm)보다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웜이 물 속에서 일정한 형태로 춤추게 한다. 봉돌이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웜의 움직임이 잠깐 멈췄을 때가 배스의 입질 타이밍이다. 배스는 불규칙한 움직임에 큰 호기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채비는 봉돌과 바늘의 간격을 조절해 중층과 바닥을 원하는 대로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낮 시간 바닥권에서 쉬고 있는 배스를 공략할 때는 바늘 위로 10cm 정도 되는 지점에 봉돌을 달아 쓴다. 일출, 일몰 시 배스가 먹이를 찾아 나서면서 활발하게 움직일 때는 바늘과 봉돌 간격을 30cm 정도로 조절하면 된다.

낚싯줄에 상처를 남기지 않으면서 간격 조절을 쉽게 하기 위해 입이 열렸다 닫히는 조개봉돌을 이용한다. 기흥저수지에서는 배스의 활성도가 낮은 듯해 봉돌 간격을 10cm 내외로 조절해 주로 바닥권을 공략했다. 또 서서히 가라앉히기 위해 봉돌은 비교적 가벼운 2호(1.7g)를 사용했다.

스플리트 샷을 쓸 때는 좀 더 긴장할 필요가 있다. 채비가 가볍기 때문에 낚싯대에 전해지는 무게도 가볍다. 루어를 던진 후 봉돌이 완전히 가라앉아 낚싯줄의 움직임이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낚싯대를 지면에서 70~80도 정도로 세워 봉돌을 끌어올린다.

다시 낚싯대를 수면으로 향하게 눕히고 줄이 느슨해지지 않을 정도로만 줄을 서서히 감는 게 포인트다. 만약 줄을 느슨하게 늘어뜨렸다가는 배스가 입질을 해도 느끼지 못해 챔질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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