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분기에도 예산을 앞당겨 집행하기로 했다.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위험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4분기에 쓸 예산을 미리 끌어 쓰는 팽창재정정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경우, 정작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4분기 재정이 빠듯해질 것으로 보여, 또 다른 후유증이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는 3일 개최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근 경제상황 점검 및 재정부문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당초 3분기에 잡혀 있던 예산집행규모는 43조6,000억원. 정부는 이를 53조~55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4분기에 예정됐던 예산 중 10조~12조원을 미리 끌어다 쓴다는 얘기다. 4분기 집행예산은 57조7,000억원에서 45조~47조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하반기 중 전기 대비 1% 내외의 성장세 등 경기 상황과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니지만 세계경제 회복의 지연, 유가 급등세 재연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 등 하방위험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4분기에 쓸 예산이 너무 빠듯하다는 점.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경기부양의 약효가 최근들어 급격히 소진되고 있어 3분기 보다 4분기가 더 위험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4분기 예산부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예산불용액(쓰지 않고 남는 예산) 최소화 ▦공기업 투자독려 ▦내년 예산 집행 조기 개시 등을 제시했다.
사실 제대로 예산을 쓰지 않아 남는 불용액 규모는 매년 엄청나다. 2007년엔 8조원, 지난해에는 11조4,000억원의 예산이 집행되지 않은 채 불용 처리됐다. 정부는 이 불용액만 없애도 4분기 재정부족은 해결될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매년 정부가 예산을 남김없이 쓰라고 독려하는데도, 이 정도 불용액이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불용액 최소화를 통해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발상은 안이하다는 지적이다.
내년 예산 조기집행도 그렇다. 정부는 아울러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각 부처에 예산을 배정한 뒤 12월부터 집행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긴급입찰∙선금지급 확대, 사전절차 간소화 등 갖은 방법으로 경기회복에 지원사격을 하겠다는 것이지만, 좀처럼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을 지킨 적이 없는 국회가 올해라도 제때 예산을 통과시켜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금 상황으로 본다면 어떤 경우든 4분기 재정부족사태는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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