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가 1일(현지시간) 자신의 뿌리를 찾아 아일랜드 서부 클레어주의 소도시 이니스시를 방문하자 주민들은 축제로 그를 맞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니스시 거리에는 수 천명의 인파가 줄지어 서서 증조할아버지 아베 그레이디의 고향을 방문한 알리의 자동차 행렬을 환영했다. 거리엔 성조기가 내걸렸으며, 상가 쇼윈도에는 일제히 알리의 포스터가 나붙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알리는 카메라를 향해 장난스럽게 한 방 먹이는 포즈를 취했지만 공식 발언을 하거나 군중에게 사인을 해주지는 않았다. 시청을 방문한 알리의 모습은 실외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됐으며, 아일랜드 전통 음악인들의 야외 콘서트도 열렸다.
알리의 부인 욜란다는 "주먹 뿐 아니라 말로 상대방을 때려 눕히는 알리의 능력이 아일랜드 핏줄에서 나왔을 것"이라며 "알리의 증조 할아버지가 살아있다면 틀림없이 알리의 실력이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랭키 네일론 시장은 "알리는 클레어주에서 갖가지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영광을 안은 첫 번째 자유시민(freeman)"이라고 선언하면서 "최고의 특권은 공짜 주차권"이라고 말했다.
알리의 증조 할아버지 아베 그레이디는 1860년대 미국 켄터키주에 정착, 자유의 몸이 된 흑인과 결혼했고, 그의 손자 중 한 명인 오데사 리 그레이디 클레이가 1942년 알리를 낳았다.
계보학자들은 2002년 알리가 아일랜드 핏줄임을 밝혀냈지만, 알리가 이니스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욜란다는 "이제 알리가 이니스인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우리 부부는 아일랜드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환영 인파 중에는 1978년 뉴욕에서 알리와 대결했던 전 아일랜드 복싱 챔피언 짐 오설리번도 있었다. 그는 "당시 알리가 우리처럼 아일랜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에게 아일랜드 피가 그렇게 조금 섞였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를 혼내줬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알리는 이날 그레이디 일가의 친척들을 만나고 인근 성에서 열린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2일 미국 켄터키로 돌아간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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