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출혈은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 주는 적신호다. 특히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늘어나는 대장·항문 질환이 있는 경우 피가 나면 안 좋다.
대항병원은 1~7월 대장·항문 질환으로 이 병원을 찾은 신규 환자 6,000명의 진료 기록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35%가 문진 시 항문 출혈 증상을 호소했다고 2일 밝혔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1%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40대 21%, 20대 17% 등의 순이었다. 대항병원은 20~40대에서 항문 출혈이 많은 것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잦은 음주 때문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처럼 항문 출혈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은 색깔이다. 항문 출혈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치질로 전체의 90%를 차지하지만 드물게 대장암 등 다른 중증 질환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경철 대항병원 치질클리닉 과장은 "직장암은 출혈이 잦은 편인데 대변에 묻은 핏빛이 선홍색이라면 치질 등 항문 자체의 문제, 검붉은 색깔을 띠면서 찐득하면서 비릿한 냄새가 나면 직장 쪽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치질에 의한 출혈은 항문 정맥 혈관 덩어리인 치핵이 커지면서 얇아진 혈관 벽이 배변 때 터져 생긴다.
따라서 이 때의 핏빛은 외상에 의한 출혈처럼 맑은 선홍색을 띠게 된다. 역시 치질의 일종인 치열은 변을 볼 때 항문이 찢어져 출혈을 일으키는 병이다.
대장·직장암에 의한 항문 출혈은 암 중심에 생긴 궤양 때문이다. 이때는 장내에서 출혈이 발생하므로 피가 대변의 겉이 아닌 속에 섞여 나오고, 대부분 선지처럼 죽은 피 색깔을 보인다.
그러나 이를 일반인이 정확히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30대 이후엔 대장내시경과 직장 수지(手指)검사 등 정기 검진을 통해 대장·항문 질환을 조기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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