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하고 은행 대출도 예전보다 쉬워지면서 '빚'에 대한 관념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상환 능력이 없는데 돈을 빌렸다가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지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저신용자'의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인부채 컨설팅회사인 '포도재무설계'의 도움을 받아 실제 사례별로 가계 자산과 현금흐름을 철저히 분석해 불어나는 빚의 굴레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Q) 경기도에 살며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김영수(가명ㆍ32)입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며 월 200만원 정도를 벌고 있습니다. 부인과 절약하며 살고 있지만 두 자녀가 심장병을 앓고 있어 몸이 자주 아픈 탓에 아직까지 돈을 많이 모으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빚은 지지 않고 살았었는데, 병원비 때문에 잠깐 대부업체에서 300만원의 빚을 졌습니다. 그 동안 연체 없이 이자를 갚느라 또 다른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다 보니 자꾸 빚이 늘어나 불과 2년 만에 빚이 1,370만원으로 불어나게 됐습니다. 매월 상환해도 대출이 늘어나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김영수씨는 2007년 대부업체에서 300만원을 대출 받으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연체 없이 성실히 부채를 상환 해왔는데 어쩌다 총 부채가 1,370만원까지 늘어났는지 원인 파악이 가장 중요합니다.
총 1,370만원의 부채 중 300만원 가량은 자녀의 병원비로 사용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1,100만원은 주로 고금리 이자를 갚기 위한 초과지출이 누적돼 발생했습니다. 김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환대출을 통한 월 부채 상환비용의 절감 ▦소비성 지출의 체계화 ▦자녀 병원비에 대한 예비비 마련이 동시에 진행돼야 합니다.
첫째, 월 부채상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용회복기금의 전환대출을 신청하시는 게 좋습니다. 전환대출이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출보증제도의 하나로, 20% 이상의 고금리 부채를 전액 보증하여 10% 초반대의 금리로 낮춰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김씨가 이용한 대부업체의 48.9% 금리를 14% 이하로 낮춰주며, 상환기간도 현재 2년에서 5년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이로써 현재 매월 83만원의 부채상환액을 23만원으로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김씨는 올해 대부업체에서 30% 이상의 금리로 200만원을 대출 받았는데 전환대출 신청 자격을 얻으려면 올해 대출한 200만원은 전부 상환해야 합니다.
둘째, 상담 시점 김씨는 생활비를 월 평균 126만원 지출한다고 생각했지만, 상담을 통해 월 평균 20만원 가량을 더 소비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 사용으로 소비성 지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월 평균 소비성지출 예산을 150만원으로 책정하고, 예산 가계부와 통장을 지출 내역 별로 묶어 분리하면서 향후 3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현금흐름을 관리하시면 평소 아끼는 습관이 있는 만큼 이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현재 월세로 월 30만원을 내고 있는데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세로 전환하면 역시 고정지출을 줄일 수 있으니, 차후 신용등급이 상승하는 시점에 금융기관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자녀의 병원비 문제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예비비를 마련해 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자녀가 가입된 보장성 보험 세 가지는 절대 보험료 미납으로 해지나 실효가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 하셔야 합니다.
심장병 때문에 두 자녀 모두 앞으로는 보장성 보험 가입이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직장의 월급만으로는 예비비 저축이 불가능했으나, 상담기간 중 야간 우유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셨으므로 월 평균 45만원의 예비비 목적 저축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강제적으로 저축이 되도록 6개월 만기 적금을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부채 문제가 해결되면 저축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라고 조언 드립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 가정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일하시는 김영수씨의 부채 스트레스가 이 상담을 통해 해결됐기를 바랍니다.
이영웅 포도재무설계 중앙지점 상담위원
■ 신용관리, 대출의 첫걸음
신용은 한 마디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코리아크레딧뷰(KCB), 한국신용정보(NICE), 한국신용평가(KIS) 등 3개의 개인신용 평가기관(CB)이 있는데 기관별로 개인의 부채 상환능력을 수치화해서 1~10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7~10등급은 저 신용자로 분류되어 은행권에서 신용대출이 힘들기 때문에 적어도 6등급 이상으로 신용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 신용관리의 첫 번째 원칙은 본인의 신용등급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신용등급을 조회하면 무조건 신용등급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데 꼭 그렇지는 않다. 금융회사가 특정인에 대해 신용조회를 하면 기록에 남고 일정 점수가 차감되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조회하면 기록도 남지 않고 신용점수에도 영향이 없다. 위에 언급한 3개 개인 신용평가기관은 유료로 신용조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새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를 이용하면 올해 말까지 무료로 조회할 수 있다.
두 번째 원칙은 신용등급을 낮추는 요소들을 줄이는 것이다. 부채나 보증이 많고 연체가 많거나, 최근 조회기록이 잦을수록 등급은 낮아진다. 연체의 경우 실수로 카드 및 휴대폰 요금 등의 이체가 늦어 신용점수가 하락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는 한도와 횟수에 따라 신용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광고를 보고 쉽게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거나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말아야 한다. 한번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으면 기록이 남아 은행권에서 대출 받기 어렵게 된다.
마지막으로 신용등급을 올리는 방법인데, 일반적으로 한 개의 주거래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은행은 급여 및 기타 자동이체 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어 한 은행에서 통합 관리하는 게 유리하다. 신용카드 역시 여러 개를 사용하기보다 주거래 은행의 신용카드를 한 장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신용등급은 연체나 잦은 금융권 조회 등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반면 상승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등급은 당신이 대출을 요청할 때 한도나 금리 등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금리 1% 높은 적금을 찾아 다니는 것보다 신용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영웅 포도재무설계 중앙지점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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