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플루 환자가 3,000명을 넘어서면서 호흡기로 전염되는 각종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부터 겨울을 지나 봄까지가 바이러스성 질환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이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나 고령인, 임신부 등은 주의해야 한다. 바이러스성 질환은 특별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경우가 많아 개인 위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계절 독감도 빨리 예방 접종해야
가을부터 유행하는 계절성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인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보통 감기와 달리 고열 근육통 관절통의 전신 증상을 수반하고, 심하면 폐렴이나 합병증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일반 감기와 마찬가지로 유행성 독감도 근본적 치료 방법은 없지만 예방접종으로 막을수 있다. 심폐질환자, 만성질환자, 50세 이상 고령인, 6~23개월 영·유아, 임신부 등은 독감이 유행하기 전인 10월 말 이전에 접종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3세 이하의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모든 가족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항바이러스 독감 백신으로는 GSK의 플루아릭스, 보령바이오파마의 아그리팔 등이 있다.
■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유발하는 RS바이러스
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라고도 불리는 RS바이러스는 가을부터 초봄까지 유행한다. 영·유아에게 폐렴과 모세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2세 이하 유아의 95% 이상이 최소 한 번 이상 감염되고, 1세 미만 유아 사망의 주 원인이 된다.
또 3개월 이하 신생아가 걸리는 호흡기 질환의 원인 바이러스 중 77%를 차지한다. 12개월 이하 영·유아의 경우 RS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이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률의 10배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나 만성폐질환 선천성심장질환이 있는 영·유아에게 특히 치명적일 수 있다.
RS바이러스는 접하기 쉬운 바이러스로 조리대 수건 이불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다. 가족 구성원 수가 많거나 집단 생활·활동을 하는 영·유아가 감염 확률이 높다.
증상은 재채기 코막힘 콧물 발열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호흡이 곤란하거나 기침이 심하고, 피부색이 청색 또는 회색을 띄게 된다. 심하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RS바이러스는 모세기관지염도 자주 일으킨다. 물론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도 모세기관지염의 원인이다. 숨을 가쁘게 쉬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고 가래나 콧물이 생기면 모세기관지염일 가능성이 있다. 심하면 탈수나 호흡 곤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 관찰이 필요하다.
RS바이러스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예방접종이 최선이다. 미숙아나 만성폐질환,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아기는 의사 처방에 따라 RS바이러스 예방항체인 애보트의 시나지스(성분명 팔리비주맙)를 9월부터 예방접종한다.
■ 폐렴 유발하는 에코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
폐렴은 말 그대로 폐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호흡기 질환 중에서도 매우 심각한 질환에 속한다. 병원체에 따라 바이러스성 폐렴, 세균성 폐렴, 알레르기성 폐렴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바이러스성 폐렴은 에코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같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와 RS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한다. 11월에서 다음해 3월 사이에 많이 생기고 기침, 발열, 가래,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바이러스성 폐렴은 세균성 폐렴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심하면 폐농양 패혈증 뇌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폐렴 예방에는 폐렴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도움이 된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도 폐렴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호흡 곤란이나 고열, 손톱이 파래지는 청색증 등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 장염 유발하는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
로타바이러스로 인한 장염은 전 세계 5세 이하 유아의 95%가 적어도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빈번히 발생하고 위험도도 상당히 높다. 발열 구토 설사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탈수나 영양장애 등으로 사망하기도 하니 영·유아가 이런 증상이 있으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10월부터 증가하는 로타바이러스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생후 3~24개월 연령에서 로타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빈번하므로 그 전에 예방접종하는 것이 좋다. 예방백신으로는 MSD의 로타텍과 GSK의 로타릭스 등 2종이 나와 있다.
겨울철에 장염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인 노로바이러스는 비누나 알코올로 씻어도 죽지 않을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어린이나 노인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탈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감기처럼 陸?요법으로 치료한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신종플루 RS바이러스 등 유행성 바이러스 전염을 막으려면 수건 등 손이 많이 닿는 생활용품의 청결을 유지하고, 외출 후 손을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바이러스성 질환은 전염성이 강한 반면,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인 초가을에 예방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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