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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눈 감고 귀 막은 홍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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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눈 감고 귀 막은 홍익대

입력
2009.09.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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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에) 수 차례 항의했지만, 결과는 똑같아요."

미대 입시비리 의혹을 내부 고발했던 김승연 홍익대 교수는 2일 맥 빠진 목소리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4월 미대 교수 7명의 비리 의혹을 학교측에 고발한 후 1년 4개월이나 눈치를 보다 마지못해 내린 게 '솜방망이 징계'였기 때문이다.

홍익대는 최근 미대 교수 6명을 징계위에 회부해 2명에 '3개월 정직', 4명에 '2~3개월 감봉 처분'을 내렸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앞서 홍익대는 지난해 11월 비리 교수로 지목된 7명 중 2명만 징계키로 했다가, 김 교수가 "징계 수위도 낮고 5명은 면죄부만 줬다"며 검찰에 고발하자 뒤늦게 재조사에 착수해 7명 모두를 징계하는 시늉은 한 것이다.

홍익대의 이 같은 징계 수위는 동덕여대가 2007년 입시 비리로 물의를 빚은 무용과 전임강사를 파면한 것이나, 서강대가 2005년 입시부정 사건이 터졌을 때 해당 교수 2명을 파면하고, 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것과 비교된다.

솜방망이 징계보다 심각한 것은 이 사안에 대한 대학측의 태도이다. 대학 당국은 김교수가 징계 사실을 밝힌 뒤에도 징계 여부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정은수 교무처장은 "징계위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해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반복했고, 홍보 담당자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되풀이했다. 도덕성과 정직성을 생명으로 여기고 가르쳐야 할 교육기관으로서 책임있는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홍익대는 지난해 2월에도 입시미술학원에 출강해 강의료를 챙긴 미대 교수 8명이 경찰에 입건돼 2명이 벌금형까지 선고 받았지만, 이 때도 감봉 처분에 그쳤다.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다 보니 아예 '비리 불감증'에 걸린 탓일까.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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