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이란, 리비아 등에 핵무기 제조기술을 전수해준 혐의로 5년간 가택연금 상태였던'파키스탄 핵의 아버지 '압둘 카디르 칸(72) 박사가 풀려났다고 AFP통신이 2일 보도했다.
미국은 그가 핵확산에 다시 나설 수 있다며 파키스탄 정부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 대응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은 지난 2월 파키스탄 법원이 처음 칸 박사에 대한 가택연금 해제 판결을 내렸을 때에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직접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신경을 곤두세웠었다.
칸 박사는 가택연금 해제 판결 이후에도 당국의 이동통제가 계속되자 고등법원에 탄원을 제기, 지난 달 28일 법원으로부터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가 부당하다는 최종 결정을 얻어내 이번에 풀려났다. 칸 박사의 석방은 파기스탄 정부에도 골치거리를 주고 있다. 칸 박사는 연금 상태에서 "나는 핵무기 개발로 조국을 한번 구했고, 모든 비난을 내가 짊어짐으로써 다시 한번 조국을 구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핵기술 유출에 파키스탄 정부도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국방전문가 A.H.나야르는 "그가 대중을 좋아하기 때문에 칸 박사가 너무 많이 떠들까 봐 파키스탄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택연금 상태일 때 조차 지지자들이 칸 박사의 집 앞에서 대통령 출마를 호소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높아 그의 활동과 발언에 미국과 파키스탄 양국 모두 긴장하고 있다.
"핵무장이 전쟁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방위력"이라는 신조를 가진 칸 박사는 유럽의 우라늄 농축 컨소시엄인 유렌코(Urenco)에서 일할 때 우라늄을 농축시킬 수 있는 원심분리 기술을 훔쳐 72년 파키스탄으로 가져온 뒤 정부 지원 하에 84년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칸 박사는"핵기술을 북한, 이란, 리비아 등에 유출했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 2004년 2월부터 가택연금 조치됐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그를 위험인물로 규정, 파기스탄 정부를 압박한 것이 주효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칸 박사가 2000년 북한에 원심분리기를 제공하고, 핵탄두 설계도를 넘겨줬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은 칸 박사가 지금도 전 세계적 핵확산 네트워크를 재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탈레반 소탕에 협력하고 있는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식적으로는"파키스탄의 조치를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고 수위를 낮췄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관계자는"칸 박사는 심각한 핵확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런 우려를 파키스탄 정부에 명확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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