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CD딜렘마'에 빠졌다. 이 애물단지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는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CD금리(91일물)에 연동하기 때문에, CD금리 등락에 따라 대출받은 개인들의 희비도 엇갈린다.
문제는 CD자체가 단기상품이다 보니 금리가 너무 들쭉날쭉해, 대출금리도 함께 널뛰기를 한다는 것. 이런 취약점 때문에 금융당국도 CD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줄이라고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냉가슴만 앓고 있다. CD의 문제점은 알지만, 그렇다고 마땅히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은행도 곤혹스럽고 대출자들도 불편한,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 없는 장기 대출 상품
은행들이 CD연동 대출 비중을 줄이기 위해 당장 생각한 대안은 ▦6개월이나 1년 이상의 장기 금리형 상품으로 바꾸거나 ▦아예 고정 금리형 상품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실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현재 신규대출시 6개월이나 1년짜리 금융채에 연동된 상품을 내놓으며 CD연동 대출 비중 줄이기에 들어갔다. 91일짜리 CD보다는, 6개월 혹은 1년짜리 금융채가 아무래도 금리변동성이 적기 때문이다.
문제는 CD연동대출을 금융채 연동대출로 바꿀 경우, 고객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는 점. 금융채 만기가 CD보다 길기 때문에, 금리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2일 현재 CD의 금리는 연 2.57%인데 비해 6개월 금융채는 2.99%, 1년짜리는 3.88%에 이른다. 당장 1년짜리 금융채에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CD연동형보다 1.0%포인트 이상의 이자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들 입장에서는 향후 1년 후 금리가 1.5%포인트 이상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면 굳이 1년짜리 상품을 택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고정금리 대출이 대안이 되기도 어렵다. 고정금리대출은 이자율 자체가 7~8%에 달하고 있어, 고객들이 아예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장기금리형 상품을 내놓아도 아직까지 고객들은 당장에 싼 이자 때문에 CD금리형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CD연동형 대출상품 비중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안도 없다.
은행들은 아예 새로운 대출금리 체계를 도입할까도 생각 중이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때 유력한 대안으로 '코리보' 연동대출이 거론된 적도 있다. 코리보란 국제단기금리인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를 본 따 만든, 국내 은행간 단기거래금리. 하지만 시장금리로서 대표성이 없는데다, 이 역시 변동성이 커 CD의 대안후보에서 완전히 밀려난 상태다. 일부에서는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이나 국고채 같은 국채성격의 채권금리를 기준으로 삼자는 주장도 있지만, 은행들이 통안증권과 국고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를 대출 금리에 반영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검토했던 '조달자금 금리 가중 평균제'도 각 은행들의 이해관계로 백지화된 상태다. 가중평균제는 각 은행이 예금, 은행채, CD 등 각 조달원별 금리를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매겨 대출금리를 산정하는 방식. 그러나 조달 금리가 높은 중소은행들이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고, 각 은행들이 조달하는 평균 금리를 알 수가 없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금리의 대부분이 장기 고정금리형이다.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기형적으로 큰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론 고정금리 위주로 가야 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장기고정금리대출이 활성화되려면 먼저 10년 이상 장기채권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엔 장기채권시장이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안도 없이 무조건 CD연동대출비중을 줄일 것이 아니라 고정금리대출 활성화의 전제조건인 장기채권시장부터 긴 안목을 갖고 육성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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