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특집의 계절, 여름이 거의 끝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스크린과 안방극장에 피서용 납량물이 선을 보였지만 성적표를 받아든 표정은 어둡다. 공포영화는 흥행에 참패했고, TV 공포물도 반응이 썰렁하다.
공포영화, 올 여름은 추웠네
올 여름 개봉된 국산 공포영화는 '요가학원' '불신지옥' '여고괴담 5-동반자살' 이다. '고사: 피의 중간고사' 한 편뿐이었던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흥행 기록은 세 편을 다 합쳐도 '고사: 피의 중간고사'의 관객 160만명이 안 된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집계(9월 1일 현재)에 따르면, '여고괴담 5_동반자살' 이 65만명으로 1위, 다음이 '요가학원'(26만명), '불신지옥'(24만 8,000명) 순이다. 세 편 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여고괴담'은 1편(1998)이 200만명, 3편 '여우계단'(2003)이 180만명의 관객을 모았던 화제의 시리즈. 그러나 올해의 '여고괴담 5'는 무섭지도 않고 지루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을 다룬 '요가학원' 역시 장르적 재미와 메시지 모두 약하다는 평. 반면 '불신지옥'은 한국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은 기대에 못 미친 경우다. '불신지옥'의 홍보사 관계자는 "잘 만든 좋은 영화이지만 대중적 인기를 얻기에는 소재나 내용이 좀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흥행 부진은 여름 극장가를 달군 대작 '해운대'와 '국가대표' 에 치인 탓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경기 침체의 영향인지 올해 초부터 관객들이 재미있는 영화, 따뜻한 영화에 몰린 것도 작용했다.
영화계의 반성을 촉구하는 따끔한 충고도 있다. 최근 <공포영화관> 을 출간한 공포영화 마니아 김시광씨는 "한국 공포영화는 장르적 애정을 갖고 만들기보다는 여름 한철 장사를 노리고 졸속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공포영화관>
TV납량특집도 썰렁
몇 년 만에 TV에 납량특집 드라마가 돌아왔다고 요란스레 귀환을 알렸고, 출연 배우들도 중량감이 있었다. 그러나 시청률은 '특집'이라는 수식어가 쑥스러울 지경이다.
이서진이 주연한 MBC 납량특집 미니시리즈 '혼'의 지난주 시청률은 7.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불과하다. MBC가 1995년 시청률 24.6%를 기록한 미니시리즈 '거미' 이후 14년 만에 만든 납량물이라며 큰 기대를 한 것을 감안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TV 납량물의 대명사인 '전설의 고향'도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진 못하고 있다. KBS 2TV 의 '2009 전설의 고향'은 지난달 31일 시청률 4.3%를 기록하는 등 5% 내외에서 고전 중이다.
'전설의 고향 1996'(27.8%), '전설의 고향 1998'(23.2%), '전설의 고향 1999'(13.7%), '전설의 고향 2008'(16.4%) 등 선배들이 남긴 성과와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TV 납량물의 부진은 예견된 것이라고 방송가에선 말한다. 표현의 한계가 분명한 지상파 TV가 영화와 게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지닌 매체와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공포물은 표현 수위가 인기에 영향을 준다"며 "요즘 시청자들은 무료한 내용과 표현의 TV 납량물을 꼬박꼬박 봐줄 만큼 인내심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완성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설의 고향'은 "컴퓨터 그래픽이 조잡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오미환기자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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