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악명 높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체제에서 17년간 좌파인사 학살에 가담한 전직 군인과 경찰요원 129명에 대해 체포에 나서며 과거청산을 본격화 했다.
2일 AP통신과 BBC등 외신에 따르면 칠레 빅토르 몬티글리오 판사가 피노체트 집권 초기 정치경찰의 대명사였던 국가정보국(DINA) 요원들을 주 대상으로 129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칠레 당국이 1973~90년 피노체트 정권의 인권유린 실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뒤 내려진 최대 규모의 체포령이다. 몬티글리오 판사는 2007년에도 74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피노체트는 73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좌파인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을 감행했다.'더러운 전쟁(dirty war)'으로 명명된 학살에서 공식적으로만 3,197명이 살해됐다.
이번 체포 대상자의 명단은 즉각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로 70~80년대 남미 군사정권들이 합세해 좌파인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추진했던 '콘도르 작전'과 75년 119명의 야당인사들을 납치돼 살해한 '콜롬보 작전'에 가담했던 요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76년 공산당 당수를 비롯해 10명의 공산주의자 실종사건에 개입했던 인사들도 체포대상에 포함됐다.
원래 칠레는 70년 남미 최초로 민주적 선거를 실시,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선출했었다. 그러나 73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가 군대를 이끌고 대통령궁으로 쳐들어오자 아옌데 대통령이 저항하다 자살하면서 민주정권은 끝이 났다. 아옌데가 라디오를 통해 남긴 "역사는 우리의 것"이라는 최후 연설은 아직도 칠레인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피노체트는 89년 집권연장투표에서 패배한 뒤 이듬해 퇴임, 2006년 9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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