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가 최근 새로 임명한 9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문맹자가 포함돼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하퍼 총리는 지난달 27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소속 몬트리올 캐나디언스의 감독과 사장을 지낸 유명 체육인 자크 드메르(65)를 상원의원으로 지명했다. 자크 드메르는 몬트리올팀을 이끌고 1993년 NHL에서 정상에 등극, 스탠리컵을 차지해 아이스하키를 국기로 하는 캐나다에선 '스포츠 영웅'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캐나다 아이스하키팀을 NHL에서 마지막으로 우승시킨 그는 몬트리얼팀을 떠난 뒤에는 프랑스어 스포츠 네트워크인 RDS의 해설가로 활약, 인기를 끌었다. 이런 드메르의 인기와 명망을 감안해 하퍼 총리는 7월13일에 상원의원 활동을 제의한 것이다.
드메르는 2005년 자신이 문맹이라는 부끄러운 비밀을 스스로 공개해 캐나다 사회를 놀라게 했다. 그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문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연유를 토로했다.
드메르의 아버지는 술주정뱅이로 아내와 아들에게 수시로 주먹을 휘둘렀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그들을 괴롭혔다. 아버지의 학대 때문에 드메르는 도저히 글을 읽히고 책을 볼 시간이 없어 결국 학업을 중도에 포기했다.
그는 몬트리올팀의 감독과 사장을 지냈을 때는 문맹인 사실을 숨긴 채 코치와 비서들의 도움을 받아 서류 등을 처리했다. TV 해설을 하면서는 기록과 자료를 읽는 체하는 '연기'를 했고, 심지어 부인에게까지 글을 못 읽는 사실을 감췄다.
하지만 4년 전 본인의 치부를 고백한 후에는 알파벳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고령 등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되나 신문의 체육기사를 독해하고 초보적인 글쓰기도 가능한 정도가 됐다.
그는 앞으로 상원의원으로서 문맹 퇴치에 힘을 보태면서 아동 빈곤을 해소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막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드메르는 "살아오면서 나는 항상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처음에는 아이스하키 코치로서 열심히 했고 다음에는 해설자로서도 그랬다. 남보다 부족한 교육을 받았어도 누구라도 훌륭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앞장 서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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