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석유 이권이 걸린 리비아와 관계가 악화될까 우려해 로커비 폭파범 압둘 바셋 알리 알 메그라히의 석방을 지지했다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고위급 인사들이 메그라히의 석방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2일 AFP 통신은 영국 빌 람멜 외무차관이 지난 2월 리비아 압둘라티 알로비디 유럽담당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고든 브라운 총리와 데이비드 밀리반드 외무장관은 메그라히가 감옥에서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테러범 석방에 세계의 비판 여론과 뒷말이 끊이지 않자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그동안 영국 정부와 주고받은 문서를 공개했다.
잭 스트로 당시 영국 법무장관은 2007년 7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의 법무장관에게 로커비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범죄인 인도협상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서한을 보낼 정도로 메그라히 석방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그해 12월"영국의 막대한 이익을 위해 죄수 송환은 특정 인물(메그라히)에 대한 언급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메그라히의 석방에 협조해달라는 간접적인 압력이 읽힌다.
메그라히의 송환을 요구하며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리비아 석유개발 허가를 차일피일 미루던 리비아는 그후 두달도 안돼 약 150억파운드(약 30조원) 가량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개발하려는 BP의 사업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브라운 총리는 파문이 확산되자 해명에 나서 "스코틀랜드 정부의 결정을 유도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리비아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확약도 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메그라히는 지난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미국 팬암 항공기를 폭파시켜 270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스코틀랜드에서 8년간 복역하다 말기 전립선암 투병에 따른 온정적인 차원에서 지난달 20일 석방됐다. 메그라히는 현재 병세가 악화돼 응급실로 후송됐으며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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