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 일각에서 감세 유보 방안을 거론하자 보수층을 중심으로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월 재ㆍ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부자 감세' 공세를 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것이다. 여러 차례 감세 유보의 필요성을 제기해온 입장에서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주요 경제정책이 정치권과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듯한 요즘 분위기에는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희망근로 연장을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올해 11월 끝나는 희망근로 사업 가운데 효과가 큰 분야를 계속 진행키로 하고, 실업문제가 가장 심각한 청년층을 사업연장 대상으로 검토해왔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투표율이 낮은 청년층보다는 장년층 지원을 더 해달라고 요구해 정부 입장이 난처해졌다. 정부가 내년부터 연간 300만원 한도의 전ㆍ월세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선심성 의혹을 사고 있는데, 민주당은 한 술 더 떠 600만원으로 한도액을 늘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년도 세제 개편안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이익집단의 로비도 치열하다. 일부 대기업은 정부가 '2009 세제 개편안'에서 폐지를 결정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정치권 등을 상대로 적극 로비에 나서고 있다. 전경련 등 경제5단체도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과 법인세 인하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선거를 겨냥한 국회의원들의 예산 따내기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재선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지역개발 사업 발표도 이미 줄을 잇고 있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나아지고는 있지만, 본격 회복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야 하는데, 7월 산업활동동향 집계 결과 오히려 이 두 부문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선거를 의식한 정략적 의도에 휘둘릴 경우 반짝 회복세를 보인 경기가 다시 고꾸라질 수도 있다. 정책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표심에 흔들렸던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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