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럽 의회와 범죄인인도조약 체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밝혀져 사형제에 대한 '이중잣대' 논란이 예상된다. 사형제도 자체의 폐지가 아니라, 유럽에 도피 중 국내 송환된 범죄자에 한해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집행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유럽의회에 유럽 인도조약과 추가의정서, 유럽 형사사법공조협약 등에 가입을 요청하면서 지난해 9월 "가입할 경우엔 협약에 의해 국내로 송환되는 범죄인에 대해선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테라 데이비스 유럽 의회 사무총장도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에 보낸 서한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사형제 폐지 의견을 전달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럽 국가 대부분이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며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어 협약 체결을 위해 그와 같은 약속을 한 것"이라며 "국회 동의를 받아 추진하겠다고 사전 제시한 것일 뿐이며, 이달 중 협약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과의 조약이나 협약 체결은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사형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유럽 도피자'에 대해서만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재에 계류중인 사형제 위헌심판 제청사건을 맡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는 "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고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 있다"며 "유럽에서 인도된 범죄인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선언은 다른 사형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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