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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외된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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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외된 性

입력
2009.09.0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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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에도 몇 번씩 만나지만 번번이 요분질의 유혹을 막을 길이 없다. 관계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좋아지기만 한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영화관에 갔다가 마도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고는? 게걸스럽게 육체를 불사른다.' 프랑스 공립학교 교장과 시의원을 지낸 마르셀 마티오의 일기 중 한 구절이다. 마도는 여든 둘의 할머니로, 일곱살 많은 마르셀의 애인이다. 마르셀이 2004년 아흔 넷의 나이로 타계하기 전까지 쓴 일기가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됐고, 최근 국내서도 <아흔 살, 애인만 넷>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르몽드는 이 책을 "노년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한다"고 평했다.

▦ "의학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말기 암환자도 성욕을 느낀다. 생식기암이나 일부 대장암 환자의 경우 성기능장애가 올 수 있지만, 대다수 말기 암환자는 성생활이 가능하다. 인간의 자연스럽고 기본적인 욕구이지만, 의료진은 물론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해는 간다. 곧 장례를 치를 배우자가 성욕을 느낀다는 사실을 꿈에라도 생각했겠는가! 그런 낌새를 보이면 역겨워하거나 노여움을 표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성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호스피스센터에서 일하는 전문의가 들려준 얘기다.

▦ 뇌병변 장애가 있는 다케다 요시조우(69)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다니는 1급 신체장애인이다. 그는 목에 구멍을 뚫어 산소를 공급 받는다. 요양원의 간호사에게 사랑을 느꼈지만, 20년 동안 고백을 하지 못했다. 그는 간호사가 죽은 뒤 장애인연금을 모아 1년에 한 번씩 성적 마사지를 제공하는 윤락업소를 찾는다. 이 때는 생명보호장치인 산소호흡기를 떼어 놓는다. 목숨을 걸고 성욕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는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만둘 수 없어요"라고 말한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프리랜서 작가 가와이 가오리가 쓴 <섹스 자원봉사> 에 나오는 실제 사례다.

▦ 독일 캐나다 등지에는 성욕을 해결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해 자원봉사자를 보내주는 사회단체가 있다. 이들 국가에는 노인들의 성문제를 도와주는 상담기관도 활성화해 있다. 말기 암환자의 병실을 집안처럼 꾸며 성생활을 배려하는 의료진의 노력도 각별하다. 성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자, 건강과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일반인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면 왠지 불편해하고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들을 탈(脫) 성적 존재로 여기는 편견이 뿌리깊은 탓이다. 선진국은 무역규모와 1인당 GDP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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