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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개그콘서트 10년/ "니들이 10년간 웃기느라 고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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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개그콘서트 10년/ "니들이 10년간 웃기느라 고생이 많았다"

입력
2009.09.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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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변하고 그 변화에 적응해야만 살아 남는 예능계에서 한 프로그램이 10년 이상 사랑 받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가 6일로 10주년을 맞는다. 1999년 9월, 콩트 개그가 전부였던 당시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벌이는 공개 코미디의 등장은 파격이었다. "그거 되겠어?"라는 우려도 많았다. 그러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개콘은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한국 코미디의 부활을 이끌었다. 최근 출연진의 잇단 비리 사건 등 악재에도 여전히 20%대 시청률로 사랑받는 개콘의 지난 10년을 키워드로 돌아본다.

최고의 유행어… "그까이꺼 뭐 대~충"

KBS 방송문화연구소는 최근 3개월 내 개콘을 시청한 전국의 만 12~69세 남녀 9,500명을 대상으로 '최고의 유행어, 코너, 캐릭터' 등에 관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개콘의 간판 코너인 '봉숭아 학당'의 경비원 장동민의 "그까이꺼 뭐 대~충"이 최고의 유행어로 꼽혔다. 뭐든지 대충하면 못할 게 없다는 식으로 현 세태를 무겁지 않게 꼬집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장동민은 "처음에는 의사나 판사 같은 직업을 비하한다고 욕을 먹었지만 따라 하기 쉽고 재미있어서 좋아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들 역시 "그까이꺼 대충"을 1위로 꼽았다.

최고의 코너… '대화가 필요해'

김대희와 신봉선, 장동민의 '대화가 필요해'는 권위적인 아버지와 신경질적인 어머니, 공부 안하고 말썽만 부리는 아들을 통해 점점 대화조차 사라져 가는 우리 사회 가족에 대한 아쉬움을 개그로 표현했다. 김대희가 녹화 도중 실제 삭발을 감행해 화제를 낳았고, 신봉선은 이 코너를 통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입지를 다졌다.

쇼 호스트가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어벙한 사장(안상태)에게 "어느 나라 제품이냐"고 묻자 "마데(made in korea) 전자"라고 답하며 웃음 폭탄을 안긴 '깜빡 홈쇼핑'은 동료들이 뽑은 코너 1위였다.

최고의 캐릭터… '옥동자'

수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캐릭터. 그 중 시청자들은 정종철이 연기한 '옥동자' 캐릭터를 단박에 꼽았다. 그는 '봉숭아 학당'에서 "헤헤헤 얼굴도 못 생긴 것들이 잘난 척하기는, 적어도 내 얼굴 정도는 되야지~"라는 역발상 개그로 옥동자를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김종철은 지금은 박준형 등과 MBC '개그야'에서 활동 중이다.

"니들이 고생이 많다"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에서 "니들이 고생이 많다"는 유행어를 히트시킨 강유미. 예전 코너에서 중성적인 보이스와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던 그가 알고 보니 의외로 여성스러워 동료들로부터 '방송과 실제가 가장 많이 다른 사람' 1위에 꼽혔다.

봉숭아 학당에서 "멱살을 잡아달라"고 애원하는 박휘순은 '최고의 짠돌이'로, '박대박' 코너로 이름을 알린 박영진은 '10년 후 최고의 스타'로 예상됐다.

"못 웃긴 날은 속상해 울었다"

"밤바야~"를 외치며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심현섭의 '사바나의 아침' 등 오랜 세월만큼이나 명작 코너도 많았다. '바보삼대' '갈갈이 삼형제' '마빡이' '언저리뉴스' '사랑의 카운슬러' '수다맨' '고음불가' 등은 지금도 시청자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10년 간 개콘의 음악을 담당해온 이태선 밴드 역시 예나 지금이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개콘을 총기획했던 개그우먼 김미화는 "못 웃긴 날은 속상해 울기도 했다"며 "후배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가슴 터질 듯한 벅찬 희열을 느껴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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