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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파킨슨병, 절망은 성급… 증상 완화는 충분히 가능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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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파킨슨병, 절망은 성급… 증상 완화는 충분히 가능하대요

입력
2009.09.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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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맏아들 김홍일 전 의원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파킨슨병을 앓으며 부쩍 수척해져 풍채 당당하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원인도 모르고 진단조차 쉽지 않다는 파킨슨병, 도대체 어떤 병이기에 한 인간의 육신을 그토록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일까.

MRI로도 정확한 진단 어려워

파킨슨병은 1817년 제임스 파킨슨이라는 영국 의사가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붙여진 병명이다. 파킨슨은 몸이 떨리고, 굳어지며,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를 자세히 기록하면서 이런 질환이 뇌 이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킨슨병은 이상운동장애의 하나다. 앞에서 설명한 증상이 가장 자주 나타나며,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면서 자꾸 넘어지기도 한다. 아주 서서히 조금씩 진행하기 때문에 언제부터 병이 시작됐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하지만 파킨슨병의 3가지 주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떨림 강직 느려짐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막연히 이상 증상들이 있었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우선 쉽게 피곤해지면서 움직임이 둔해진다.

간혹 초기에는 손이 떨리는 수전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팔다리의 불쾌한 느낌, 소변 장애, 걸음걸이나 자세의 변화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진단은 전적으로 병력과 전문의의 진찰 소견에 의해 이뤄진다. 파킨슨병을 확진할 수 있는 혈액검사나 방사선검사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양전자단층촬영(PET) 같은 검사들은 파킨슨병 자체를 진단하는 목적보다는 파킨슨병과 혼동될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있는지, 2차성 파킨슨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 이용된다.

MRI로 찍어 보면 경미한 뇌 위축이 감지되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아무 증상이 없는 노인들에게서도 관찰될 수 있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 최근에 개발된 Beta_CIT와 특수 물질을 이용한 PET검사는 진단에 도움이 되지만 검사비가 다소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

파킨슨병의 실체가 알려진 뒤에도 한동안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60년 파킨슨병 환자들의 뇌, 특히 흑색질 부위와 선조체 부분에서 도파민(dopamine)이라는 물질이 보통 사람보다 적게 분비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병이 중뇌의 흑색질이라 불리는 부위의 도파민 세포가 점점 죽어가면서 발생하는 신경퇴행성질환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왜 신경세포에 변성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김홍일 전 의원의 경우 고문 후유증으로 발병했다는 설이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손영호 교수는 "반복적이고 잦은 두부 외상과 이로 인한 뇌출혈이 있은 후 뇌혈관성 파킨슨 증후군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경미한 외상으로는 파킨슨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전 질환인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한 신경 과학자가 파킨슨병 환자의 친척들이 같은 병을 앓고 있을 확률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결과, 6~41%의 친척이 파킨슨병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정상 인구의 2~10배에 해당하는 높은 빈도수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이원용 교수는 "파킨슨병의 유전성 인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유전성 질환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단지 친척 관계인 만큼 여러 가지 환경 요소가 비슷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약물이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 약제는 정신과 치료에 사용하는 몇 가지의 신경안정제와 일부 위장약 등이 있다.

이러한 약물에 의한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세포가 파괴돼 생기는 것이 아니고 단지 약으로 인해 생성된 도파민의 전달이 차단돼 나타나는 것이므로 약제 사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없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파킨슨병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고, 파킨슨병 환자는 되도록 이러한 약물을 피해야 한다.

파킨슨병은 치료가 아닌 조절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파킨슨병은 불치병이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이후 레보도파 약물 개발과 수술 발전 등으로 파킨슨병의 치료 방법이 크게 발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김종민 교수는 "간혹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 마치 사형선고라도 받은 듯 절망에 빠지는 환자가 많은데 이는 오해"라며 "파킨슨병은 퇴행성질환 중에서 치료 효과가 매우 좋은 편"이라고 조언했다.

도파민 물질의 감소가 원인이니 약물 치료는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주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치료약은 증상을 완화하지만 근본적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약물 치료를 하는 중에도 도파민 신경세포는 서서히 변성한다.

따라서 처음 시작했던 약물 치료가 어느 시점에서는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약물의 용량에 변화를 주거나 약물 종류를 바꿔 문제를 해결한다. 또 약물이 노년층 환자에게 정신 기능 저하를 가져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약물 치료 외에 수술 요법도 많이 시행된다. 많이 사용하는 신경파괴술은 국소 마취를 하고 머리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낸 뒤 이 구멍을 통해 병이 든 위치를 확인한 다음 그곳에 강한 전류나 열을 가해 파괴하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다.

뇌심부자극술도 많이 시행한다. 이는 뇌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전기 자극 장치를 반영구적으로 삽입해 지속적 치료 효과를 내는 수술법이다.

수술 역시 약물과 마찬가지로 병 자체를 완전히 없어는 것은 아니다. 수술은 파킨슨병으로 인한 뇌 조직의 생리적 변화를 떨어뜨려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술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치매와 우울증이 복병

파킨슨병이 있으면 사고 속도가 다소 느려지고, 경미한 기억장애나 주의집중장애가 나타나며, 이해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일상적인 일을 수행하는 데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

치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심한 정신기능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는 10~20%에 불과하고, 이 경우도 알츠하이머병(노인성치매) 같은 불치성 치매와는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우울증과 불안증 등 정서장애다. 이는 병에 대한 정상적 반응일 수도 있고 뇌 안에서 유지되던 신경전달물질 간 균형이 깨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병 초기에 행동이 느려지고 피곤함을 느끼면서 우울증과 혼동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파킨슨병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희귀ㆍ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대상 질환이며 지체장애 3급 또는 뇌병변장애 3급 이상이면 진료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센터(02_380_2221·www.helpline.cdc.go.kr)로 문의하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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