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무사 터에서 열리는 '플랫폼 2009' 3일 개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무사 터에서 열리는 '플랫폼 2009' 3일 개막

입력
2009.09.02 00:42
0 0

'조국과 자유는 우리의 생명/ 멸공의 깃발 아래 함께 뭉쳤다 … 굴복을 모르는 화랑의 후예/ 국민의 힘이 되는 기무 부대'

흰 한복을 입은 여인이 기무부대 군가 가사를 한국 전통 음악인 '정가'로 바꿔 부르며 어둑한 방 안을 맴돈다. 서울 소격동 옛 기무사 터에서 3일 개막하는 미술축제 '플랫폼 2009' 참여 작가 이수경씨의 작품 '조국과 우리는'의 일부다.

이씨는 "그간 거친 기운이 너무 많았던 이곳에 음의 기운을 불어넣기 위한 퍼포먼스"라며 "아픈 역사가 서린 기무사 터가 좋은 전시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벌이는 굿"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보안사가 들어서 독재의 무시무시한 기운이 감돌았던 곳, 하지만 2012년이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설 이 공간에서 예술이 생동한다. 큐레이터 김선정(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와 도쿄 모리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마미 가타오카가 공동 기획한 이번 행사는 국내외 101개 팀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하는 대형 전시다.

'플랫폼'은 2006년부터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는 기무사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열리는 만큼 공간에 깃든 여러 맥락을 관객과 소통하는 작업으로 구성됐다.

개막에 앞서 찾아가본 기무사 건물은 귀신이라도 나올 듯 음산했지만, 본관과 강당, 별관, 복지관, 식당, 사령관실 등 기무사 터 곳곳에 작품을 설치 중인 작가들은 활기가 넘쳤다.

곽현진씨는 바람에 깨져 너덜거리는 본관 창문을 전시의 일부로 끌어왔고, 우순옥씨는 건물 옥상의 빈 온실을 다시 화초로 채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불씨는 강당 한가운데에 4m 높이의 조명탑을 세웠다. 여러 작가들이 쓴 유토피아에 대한 문구가 반짝반짝 빛을 내는 철골 조명탑에서 이룰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인간의 희망과 좌절이 동시에 읽힌다.

공간의 성격 상 전시 내용 중에는 독재와 억압, 분단을 말하는 작품이 많다. 정윤석씨의 '별들의 고향'은 보안사령관 출신인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저격당한 후 이곳 병원에 실려왔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민주화의 아픈 기억을 더듬는 영상작품이다. 스웨덴 작가 마그누스 배르토스는 배우 최은희씨의 납북 사건을 다룬 비디오 에세이를 선보인다. 박찬경씨의 '정전'은 북한의 전력난을 강렬한 사운드로 표현한 작품이다.

좁은 복도를 따라 가다 보면 벽에 걸린 720개의 고장난 시계(선우용의 '정지된 시간')를 만난다. 이제는 공간만 남은 텅 빈 기무사에서 과거의 아픔과 미래의 희망을 동시에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특이하게 오후에 시작한다. 오후 2시, 3시, 4시에는 사전 예약을 통한 도슨트 동행 관람만 할 수 있고 오후 5~9시가 자유로운 관람 시간이다. 어둠 속에서 기무사라는 공간과 예술을 탐험해보라는 뜻이라고 한다. 25일까지, 관람료 4,000~8,000원. (02)733-8945

김지원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