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강만수 독주 체제, 2기 윤ㆍ윤(윤증현-윤진식) 투톱 체제, 그리고 3기 윤ㆍ윤ㆍ강 트로이카 체제.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 수뇌부' 힘의 이동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큰 골격이 유지됐다는 점에서 '3기'라는 표현이 어색하지만, 어쨌든 8ㆍ31 청와대 참모진 개편으로 경제정책을 좌우할 수뇌부가 트로이카 체제로 재편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전 포인트는 3인간 역학 관계다. 표면적으로 '정책 조율(윤진식 정책실장)-경제팀 수장(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정책 자문(강만수 경제특보)'으로 역할이 분담됐지만, 무게중심은 확연히 윤 실장에게 쏠리는 모습이다. 윤 실장은 경제수석에 더해 '왕(王)수석'이랄 수 있는 정책실장 자리를 꿰참으로써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실권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물론, 이전까지도 '경제수석 + α' 역할을 해왔고 '장관급 수석'에 걸맞은 직책(정책실장)을 부여한 것인 만큼, 실질적으로 역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더구나 상명하복이 철저한 일반 정부 부처와 달리 기능별, 개인별로 움직이는 청와대 조직의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상설 회의체인 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된 점은 주목해야 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윤 실장의 업무 스타일 상 무리하게 밀어 부치지는 않겠지만, 한층 권한이 막강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경제정책과 사회ㆍ복지ㆍ교육 정책을 아우르는 역할을 맡게 된다면, 예산을 통한 정책 장악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수석과 재정부장관은 편치 않은 동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 어느 한쪽에 힘이 쏠리면, 다른 한쪽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과거 김재익, 문희갑, 한이헌, 이석채 등 '실세수석' 시절엔 재정부장관(경제부총리)의 힘이 현저히 약화됐었고, 현 정부 초기엔 실세인 강만수 당시 재정부장관의 힘에 눌려 김중수 전 경제수석은 조기 낙마해야 했다.
윤 실장의 권한 강화가 자연스레 윤 장관의 입지 축소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뜩이나 현 정권 출범에 지분이 없는 윤 장관으로선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 정부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윤 장관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경우도 윤 실장이 적극 지원을 하지 않으면 추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두 사람 간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 장관이나 윤 실장이나 워낙 노련한 만큼 노골적으로 갈등을 노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긴장 관계는 형성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는 윤 수석 쪽으로 급격히 이동할 것이며 힘의 역학관계상 윤 장관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질 공산이 크다.
변수는 7개월여만에 제도권으로 재진입한 강 특보의 행보다. 재정부장관 시절 숱한 '설화'를 낳았던 그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경제정책 현안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피해왔던 터. 이제 상근 경제특보로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현안에 대한 소신을 적극 개진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그가 자타가 공인하는 현 정부의 핵심 실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수위에 따라서는 트로이카 체제에 균열을 낼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서울대 법대 동기인 윤 장관, 그리고 재무부 시절 한솥밥을 자주 먹었던 윤 실장과의 원만한 관계를 고려하면, 강 특보가 무리한 행보는 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강 특보의 한 측근은 "지금까지도 얼마든지 대통령과의 독대가 가능했기 때문에 특보가 됐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며 "정책 책임자가 아닌 상황에서 과도한 발언이나 행보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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