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2시쯤, 김형오 국회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를 읽으려는 순간 민주당 의석이 술렁였다. 미디어법 직권상정에 대한 비난과 사과 요구가 터져나오더니 ‘날치기 주범 사퇴하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여야간 고성과 야유가 오갔고 민주당 의원들은 잠시 후 집단으로 퇴장했다.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7월 김 의장이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미디어법이 강행으로 처리된 뒤 여야관계가 파국을 맞이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정기국회 개회 일자는 지켜졌지만 당분간은 개점휴업 상태가 불가피할 것 같다.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해법은 선뜻 떠오르지 않지만 백 번을 생각해도 집권당인 한나라당 밖에 없다.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에게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시켜 국정을 원만하게 끌고 나갈 무한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으로선 등원 결정 자체가 ‘결단’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 당시 대통령 사과 등 5대 선결조건을 내걸었지만 하나도 관철하지 못한 채 등원했다가 미디어법 강행처리 상황에 내몰렸던 만큼 지도부가 무조건 등원을 결정하기는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공은 여당에게로 넘어갔다. 적절한 명분을 제공해 야당이 갖고 있는 피해의식을 덜어줘야 한다.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에 반발해 50일 넘게 장외투쟁을 벌인 적이 있다. 한겨울 칼바람 속에서 투쟁 동력이 떨어져 등원 명분을 찾던 중 열린우리당이 ‘재개정 협상’ 카드를 내밀자 국회로 돌아왔었다.
지금 국회에는 예산안과 수많은 민생ㆍ개혁법안, 행정구역ㆍ선거구제 개편과 개헌 논의 등 난제들이 쌓여 있다. 대화 복원을 위해 여러 해법이 있을 수 있다. 어쨌든 한나라당의 통 큰 정치를 기대한다.
정치부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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